펜듈럼 효과와 세대 망각 그리고 우려[투데이窓/김헌식]

펜듈럼 효과와 세대 망각 그리고 우려[투데이窓/김헌식]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6.07.0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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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복고풍 로맨스물·갸루패션 관심
신세대에 없는 결핍 채우는 유행이지만
역사지식 없으면 혐오·차별로 퇴행 우려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거치면서 진지한 로맨스는 어느새 희화화 되거나 심지어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찐한 감정을 표현하거나 진지하고 심각한 감성의 멜로물은 낡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때문에 쿨한 연애라든지 로맨틱 코미디물이 트렌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어느새 Z 세대들은 고전적인 로맨스물 재개봉관을 찾는다거나 감정의 오버 즉 감정 과잉이라고 생각되는 중국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이는 중국 드라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갸루 스타일이 Z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는 맥락도 비슷하다. 갸루는 걸(girl)의 일본식 발음으로 1980년대 일본 경제를 상징하던 스타일이다. 90년대 한국에 유행을 한바가 있는데 이것이 최근 한국의 10대와 20대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과장된 아이라인, 화려한 속눈썹, 밝은 염색머리가 특징인데 반짝이는 장신구에 높은 하이힐을 착용하기도 한다. 과감하고 과잉된 표현이 특징인데, 귀엽고 깜찍하며 공주 같은 캐릭터성도 있다. 이는 한국 스타일과 다른 점이다. 예컨대 케이 팝 메이크업이 파운데이션을 두껍게 바르지 않으며 얇은 피부와 맑은 혈색을 부각하여 생기를 더하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더구나 당당하고 크러시한 느낌을 주는 패션과도 다른데 과잉된 장식보다는 댄디하거나 미니멀리즘이 우선한다.

케이 팝이 아니더라도 예전의 스타일이 다시금 등장하는 것은 국내에서 할매니얼이나 Y2K 스타일에서도 확인한 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을 레트로나 뉴트로라는 말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른바 유행이나 트렌드가 돌고 도는 현상을 펜듈럼(Pendulum) 효과라고도 한다. 펜듈럼(Pendulum)은 시계추를 의미하는데 시계추처럼 유행이나 트렌드가 왔다갔다는 반복하는 것과 같다는 맥락이다. 다만 시계는 항상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엄밀하게 측정하면 같은 높이로 오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유행이나 트렌드도 비슷한 것 같지만 약간은 다르다. 기존의 특징이 강화되거나 감소할 수 있고 다른 면이 더 부각될 수 있다.

이런 현상에서 주목할 것은 세대 망각 현상이다. 이는 한 세대가 지나면 이전의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사실에 대해서 모르게 되거나 잊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이전에 어떤 유행이나 트렌드가 있었는지 잘 모르고 자신의 관점에서만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기성세대에게는 이미 낡거나 철지난 대상이나 소품들이 신세대에게 인기를 끌게 된다. 컬쳐 다이얼렉틱(dialectic) 즉 문화적인 변증법이 나타난다. 레트로 스타일 같지만 현대적 감수성이 가미된 이른바 뉴트로 스타일이 탄생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쿨한 연애나 로맨틱 코미디물만 접한 새로운 세대들은 진지하고 감정의 충만함에 매력을 느낀다. 그런 점들이 결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 그리고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는 화장법이나 패션에 대해 주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화장법이나 군더더기 없는 단순미학은 오히려 자아 표현에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화는 결핍을 느끼고 이를 채우기 위해 의미부여를 하면서 유행이나 트렌드를 만들어내게 된다.

다만 세대 망각 현상에서 주의를 해야 할 점도 있다. 바로 혐오와 차별이 내재한 문화적 퇴행이다. 이는 인권 감수성이나 역사적 인식의 기본이 미비할 때 발생한다. 최근의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올바른 현대사 인식이나 인권 의식이 제대로 공유가 되지 않아 발생한 문화적 참사였다. 이것이 단순히 한 기업에만 해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고교야구 경기의 배재고 응원 사례에서 확인이 되었다.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가를 부른 행위가 그들에게 트렌디한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세대 망각을 통한 퇴행이었다. 세대 망각에 따른 사회문화적 참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정치권이나 기업이 이를 악용 하려는 행태를 막기 위해 언론은 물론 교육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신세대에게 둔감하고 무감각하게 차별과 혐오가 놀이화된 데에는 플랫폼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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