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베링해 깊은 바다, 적에게 들키지 않는 스텔스 잠수함 '세바스토폴'은 귀환을 앞두고 의문의 공격을 받는다. 레이더에 잡힌 적 잠수함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상대에 쏜 어뢰가 돌연 방향을 바꿔 우리에게 날아온다. 범인은 인간을 뛰어넘는 AGI(범용인공지능) '엔티티'다. 영화에선 이를 '유령'이라 부른다. 에던 헌트(톰 크루즈)는 엔티티를 디지털 핵폭탄으로 간주, 이를 제거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처럼 AI와 인간의 대립은 익숙한 영화소재지만 이번엔 남다르게 다가온다. 사람처럼 글쓰고 대화하는 초거대 AI가 현실화해서다. 미 공군의 AI 드론이 가상훈련 중 임무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인간 조종사를 공격했다는 사례도 뇌리를 스친다. 다행히 실제 훈련이 아닌 '사고실험'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초거대 AI 활약상이 커질수록 막연한 두려움은 실체적 공포가 된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초거대 AI를 핵무기에 비유하면서 AI 포비아가 확산됐다. 세계적으로 AI 규제론이 힘을 받고 콘텐츠 업계에선 AI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가운데 AI 권위자인 조경현 미 뉴욕대 교수의 조언은 울림이 크다. 그는 초거대 AI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과 부정론 모두 경계하며 "AI가 만드는 작지만 확실한 성공의 흐름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막연한 미래보단 초거대 AI가 만드는 오늘의 변화에 주목하라는 뜻이다. 현재 초거대 AI는 자료수집·문서요약 등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줄여주는 도우미다. 이마저도 정교한 프롬프트(명령어)가 필요하다.
편견·차별 및 할루시네이션 등 단점도 있으나 이를 보완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한다. 연구실을 벗어난 초거대 AI가 우리 일상을 침투하는 건 맞지만, AI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영화 속 AGI의 등장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AI 규제론이 섣부르다 보는 이유다. 최근 방한한 앤드류 응 미 스탠퍼드대 교수도 "AGI가 나오려면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이라 단언했다.
AI 리터러시는 초거대 AI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제 시작 단계인 초거대 AI를 유령처럼 간주하기 보다는 실질적 변화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