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할 예정입니다."(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26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대뜸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예고했다. 두 귀를 의심했다. 내용을 떠나 시점이 문제였다. 이제 막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이 사안을 두고 첫 번째 현안질의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국회에서 질의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기도 전에 국정조사부터 선언한 셈이다.
진상 규명보다는 이슈를 내년 4월 총선까지 최대한 길게 끌어 야당에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국정조사가 예고된 마당에 국회에서 현안질의가 제대로 이뤄질 있었을까.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국토위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지는 질의는 찾기 어려웠다. 민주당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태도를 문제 삼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고, 원 장관과 국민의힘은 야당의 주장을 괴담으로 몰아세우는 데 집중했다.
국토부는 국회 현안질의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자 곧장 자체적인 대응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저녁 식사를 위한 정회 시간에 국토부 출입 기자들에게 다음날 양평에서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원 장관은 이 간담회에서 "고속도로가 가는 길에 오물이 잔뜩 쌓여있다. 우선 오물부터 치워야 할 때"라며 야당을 비난했다.
민주당은 결국 예고한 대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1조80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이 중단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돼간다. 사업 재개를 기다리는 양평군민과 교통체증 완화를 원하는 서울시민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이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지 여야와 정부 모두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상규명을 한다고 반드시 사업이 통째로 멈춰서야 할까.
최근 만난 국회 국토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국정감사까지 갈 사안"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렇게 되면 고속도로 사업 재개가 적어도 10월까진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그래도 결국 사업은 재개하게 될 것"이라며 얼버무렸다. 여야 정쟁에 국민들이 볼모로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