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의 자격[기자수첩]

김도현 기자
2023.12.21 15:01

"안타까운 일이죠"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발이 진행 중인 포스코 그룹 임원의 말이다. 정치권에 기댄 인사들이 차기 수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현실에 대한 소회였다.

2000년 민영화된 뒤 2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포스코는 정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정권의 부침에 따라 회장의 거취가 결정될 때가 많았다. 내년 3월로 두 번째 임기를 마치게 되는 최정우 회장의 경우가 이례적이다. 대통령이 바뀐 뒤에도 잔여 임기를 모두 채운 첫 번째 CEO가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종종 정치적 영향을 받으면서도 포스코는 변화하고 성장했다. 2030년 그룹 매출의 40%를 비철강분야서 발생시키게 하겠단 비전을 발표한 2018년만 하더라도 포스코그룹은 철강사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식시장에서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이차전지 대표 종목으로 분류된다. 2021년 기존 포스코는 지주사(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포스코)로 분할했다. 그룹 회장은 단순히 철강회사 회장이 아니라 철강을 포함한 그룹의 7대 핵심 사업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이처럼 변모한 포스코의 차기 회장을 선발하는 작업이 개시됐다. 21일 이사회를 통해 포스코그룹 CEO 후보 추천위원회가 신설됐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는 회장 후보군 발굴과 자격심사 업무를 맡는다. 최 회장을 비롯한 복수의 인사들을 대상으로 후보를 고르게 된다.

포스코는 달라졌지만, 정치권과 포스코 올드맨이 포스코를 대하는 시각은 그대로다. 오래전부터 그룹 회장직을 노려온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은 최근 지인들에 모 권력자에 줄을 댔다며 자신이 차기 회장이 유력하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복수의 전직 임원들이 그룹 핵심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권좌에 오르기 위한 밑작업을 했다는 설도 나돈다.

포스코를 두고 '주인 없는 회사'라지만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6.71%에 불과할 정도로 '주인이 많은 회사'다.국민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기도 하다. CEO 후보 추천위원회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포스코그룹의 진정한 리더를 선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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