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 발표를 했다. 초행길인지라 길안내 앱에 의존해 전철을 갈아타며 서울 왕십리에서 인천의 재외동포청까지 가는 데는 거의 2시간이 걸렸다. 한국인과 재외동포의 심리적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다.
지난해 5월 재외동포기본법이 제정됐고 6월엔 재외동포청이 출범해 인천 송도에 자리잡았다. 올 1월30일엔 앞으로 펼쳐질 재외동포 정책의 청사진을 담은 기본계획이 확정·발표됐다. 이로써 윤석열정부 공약에 포함된 '지구촌 한민족 공동체 구축'을 위한 토대는 어느 정도 갖췄다. 이제 재외동포청 발족에 걸맞은 정책추진과 정책콘텐츠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기본계획은 대체로 촘촘히 구성됐고 종합적인 재외동포 정책을 담았다. 재외동포청 설립을 기점으로 정부 정책은 예전의 일방적 시혜성 정책에서 호혜적 동반성장으로의 변화를 지향한다. 과거엔 정책 대상이 해외에 체류·거주하는 동포에게 한정했으나 이번 기본계획부터 국내에 거주하는 재외동포까지 확대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기록을 세워 저출산, 인구감소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반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 국적 동포와 장기체류 중인 동포는 점점 늘어 대조적 양상을 보여준다. 국내에 체류하는 동포 중 중국 동포가 7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현실에서 국내에 거주 중인 재외동포를 정책 대상에 포함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기본계획의 근거인 재외동포기본법 제2조는 재외동포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재외동포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체류하거나 외국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대한민국 정부수립 전 국외로 이주한 사람 등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사람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등이다. 요컨대 해외에 장기체류하는 대한민국 국민이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 동포라는 의미다. 재외국민이든지, 외국 국적의 동포든지 공통전제는 해외에 있는 동포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재외동포', 영어로는 'overseas Koreans'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기본계획에서 정책 대상을 국내 거주 재외동포로 확대한다고 밝혔는데 '국내 재외동포'라는 표현 자체가 형용모순이어서다. 영어로 옮기면 'overseas Koreans in Korea'가 될 텐데 개념적 혼란을 야기한다. 과거에는 해외가 멀리 떨어진 지리적 개념이었기에 재외동포 개념이 자연스러웠다. 해외에 나가기도 어렵고 이민을 해 영주권을 취득한 해외 친척과는 만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지구 반대편에 살아도 실시간 화상통화가 가능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드나들 수 있는 세상이다. 고국과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 땅을 의미하는 '이역만리'라는 옛날식 표현도 있다. 만리나 떨어진 먼 곳이라는 뜻인데 1리가 약 0.4㎞니 만리는 4000㎞다. 인도 뉴델리는 서울에서 4671㎞,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4611㎞ 떨어졌다. 이역만리라고 해봤자 아시아를 벗어나지도 못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총연장 길이가 5000㎞ 넘고 7591㎞ 떨어진 하와이에 신혼여행, 휴가를 가는 시대에 이역만리는 절대 먼 세상이 아니다.
교통통신 기술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좁아졌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이야기하는 마당에 해외냐 국내냐 하는 지리적 공간의 차이는 제약이 될 수 없다. 거추장스러운 '재외'라는 외투를 벗고 홀가분하게 그냥 동포라고 해도 충분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동포정책으로 한민족 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라고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동포청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리적 개념과 혈연주의를 넘어선 글로컬 시대의 한민족 정체성을 새로 정립해 미래지향적인 동포정책으로 나아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