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발표 후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이 내린 평가는 냉정했다. 전 부회장은 지난 1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실력'보단 '시장 흐름' 덕분이란 사실을 강조했다. DS 사업부 직원들로선 다소 서운할 만하다. 2분기 DS 사업부는 6조45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10조4439억원)을 견인했다. 전 부회장은 "임직원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었다"고 격려했지만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했다"는 지적에 무게를 뒀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수익 모델에 대해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5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남긴 메시지는 결연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최 회장은 메시지 초점을 성과 치하보다 쇄신에 맞췄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은 16조4233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년 만에 5조원을 돌파(5조4685억원)했다.
둘의 발언이 엄살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양호한 2분기 성적표에 안심할 만큼 대내외 여건이 녹록하지 않아서다.
우선 삼성전자는 '메모리 최강자' 자리가 위태롭다는 위기의식이 퍼져있다. AI(인공지능) 시대 도래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상반기 HBM3E(5세대 HBM) 양산을 시작한단 목표를 이루지 못했는데 하반기 양산 계획마저 틀어지면 시장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대만 TSMC와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대부분 반도체 직원으로 구성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한 달 가까이 총파업을 했고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HBM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세다. 내년 개화할 HBM4(6세대 HBM) 시장에선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엔 SK하이닉스의 HBM 핵심 공급처인 엔비디아가 변수로 떠올랐다. 일부 외신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블랙웰'에 설계 결함이 발견돼 납품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칫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에 불똥이 튈 수 있다. 나아가 확산하는 'AI 거품론',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은 반도체 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리스크지만 개별 기업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 물론 이는 삼성전자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지만 지금은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할 때다. 최 회장과 전 부회장의 '고삐 죄기'를 당연한 조치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업황 회복에 따른 수익을 과감하게 인재·설비에 투입하고 치열한 R&D(연구개발)를 이어가야 한다.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정부가 반도체 기업 지원을 확대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