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이 남긴 교훈[광화문]

최석환 기자
2024.12.10 05:50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대한민국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총 32개 메달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사진은 2024 파리 올림픽 한국 금메달리스트 모습. 사진 중앙은 2024 파리 올림픽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양궁 김우진·임시현. 사진 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오예진, 양궁 여자 단체 임시현·전훈영·남수현, 양궁 남자 단체 김우진·김제덕·이우석,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오상욱, 사격 여자 권총 25m 양지인, 양궁 여자 개인 임시현, 태권도 여자 57kg급 김유진, 태권도 남자 58kg급 박태준,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오상욱·구본길·박상원·도경동, 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 양궁 남자 개인 김우진,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반효진. (사진=뉴시스DB·AP) 2024.08.11. photo@newsis.com /사진=전신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전 세계 야구 랭킹 중 상위 12개국이 참여해 대결을 펼치는 국가대항전)'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은 조별리그 탈락이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해결사 '김도영(기아타이거즈 소속)'이란 걸출한 스타를 보는 괘감도 맛봤지만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돼버린 일본 야구의 저력을 재확인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그간 우리 야구는 'WBSC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비롯해 20개국이 경쟁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주요 국제 대회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리면서 기적의 명승부를 연출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다. 이후 '예선 탈락'과 같이 기대를 져버린 결과들이 하나 둘 나오면서 '헝그리 정신'이 없는 젊은 선수들의 근성을 탓하는 기성 세대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사실 이런 분위긴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이다. 역대 최고의 라인업을 보유한 '축구 국가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승패에 따른 평가가 극단을 오가면서 엄청난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문제삼았다. 한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휩쓸던 여자 골프도 상금이 많아진 국내 대회의 성장에 안주하면서 '국위 선양'엔 관심없어 보이는 선수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특히 '한일전'은 종목과 상관없이 실력을 뛰어넘는 투지와 투혼을 요구해온지 오래다.

올해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큰 행사였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가 주축인 이른바 젊은 세대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데다 이른데 '꼰대'로 지칭되는 기성 세대의 후대 걱정이 기우였단 걸 입증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아이돌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박진호 기자

크게 빗나간 올림픽 메달 예측치가 대표적 사례다. 당초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대표단은 금메달 5개, 종합순위 15위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1976년 몬트리올(캐나다) 올림픽 이후 역대 최소 규모로 출전하고도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8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수는 역대 최다였던 중국 베이징·영국 런던 올림픽과 같았고, 전체 메달 개수도 서울올림픽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한 '해병대 캠프' 덕이라고 설명했지만, 되레 시대와 동떨어진 그의 낡은 사고만 확인해준 셈이 됐다. 새벽 훈련을 꺼리는 선수들의 정신력까지 지적하면서 강압적으로 조성한 '원팀' 경험이 역대급 성적으로 연결됐단 이 회장의 자화자찬은 MZ세대를 바라보는 기성 세대의 잘못된 선입견과 겹쳐지면서 역풍을 맞았다. 관계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 장관이 "선수들의 피와 땀으로 메달을 따고 좋은 성적을 낸 걸 체육회가 뺏어가면 안 된다"고 일갈한 이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올림픽의 값진 성과는 스포츠를 사랑하고 경기를 즐긴 젊은 선수들이 만들어낸 금자탑이다.

특히 해묵은 관행과 탐욕에 찌든 체육계를 향한 배트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의 용기있는 폭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이 공고했던 선배 세대의 카르텔을 깨뜨리는 트뤼거(방아쇠)가 됐다.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는 '안세영 나비효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국면에서도 엄숙한 시위 문화를 축제로 바꾸고 있는 '2030' 청춘들을 보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솔직히 말하자면 그동안 2030 세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판단하곤 했다. 내가 완전히 틀렸음을 여의도에서 절감했다"고 적은 한 기성 세대의 고해는 나의 최근 깨달음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래서 난 믿는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MZ들과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우리의 자식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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