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윤리적 설계로 다크패턴을 넘어서야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2025.01.07 02:05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인터넷과 앱을 이용한 디지털 거래가 확대되면서 다크패턴을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 점점 정교해진다. 다크패턴(dark pattern)은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거나 불리한 선택을 하도록 설계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말하는데 2021년 소비자원은 이를 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교묘히 설계된 '눈속임 설계'로 정의했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다크넛지(dark nudge)와 슬러지(sludge)도 있다. 다크넛지는 기본값 설정(Defaults)과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고(예: 자동결제), 슬러지(sludge)는 복잡한 절차나 용어를 과잉사용해 소비자의 행동을 방해한다(예: 복잡한 환불절차나 콜센터를 통해서만 취소가 가능하도록 제한). 이들 모두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AI(인공지능)의 발달은 다크패턴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AI는 소비자의 행동패턴과 심리적 취약점을 분석해 반응을 조정하거나 소비자의 미래행동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거래에 다크패턴이 활용될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과 금전적 손실로 인해 소비자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취약계층은 이러한 피해에 더욱 노출되기 쉽지만 금융서비스에서 다크패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금융위원회는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다크패턴 사용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서 제정한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다크패턴 유형을 19개로 분류하고 이 중 일부(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속임수 질문, 잘못된 계층구조, 취소·탈퇴 등의 방해, 반복간섭)에 대해 올해 2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한다. 그런데 금융거래에 특화된 다크패턴 유형은 공정위가 분류한 유형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4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32개 세부유형을 제시하며 기만적 행위에 대해 벌금을 부과한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다크패턴 사례는 이미 발견됐다. 예를 들어 모바일뱅킹 앱에서 '잊고 있던 돈 1분 만에 찾아드린다'는 문구로 클릭을 유도한 후 오픈뱅킹 연결화면으로 이동시키거나 계좌개설 과정에서 마케팅 수신동의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보험업권에선 보험료 비교를 위해 가입의사가 없어도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휴대폰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한 후 이를 텔레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도 보고됐다.

금융서비스 내 다크패턴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윤리적 설계'라는 혁신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설득력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유리한 넛지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과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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