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쌀 생산량은 358만 5000톤으로 최종 집계됐다. 고온으로 인해 평년작보다 생산량이 약간 낮았지만, 수요량 추정치 352만 9000톤을 초과했다. 공급과잉으로 특징되는 쌀 문제 해결 기미는 여전히 요원하다.
정부와 정치권도 쌀 문제 해결에 골몰한다. 우선 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쌀값이 기준 미만으로 폭락 혹은 폭락이 우려될 때 초과 또는 초과 예상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요구한다. 그런데도 쌀값이 기준 미만으로 하락하면 차액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정부·여당은 야당 제안대로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면 쌀 과잉생산은 고착되고, 쌀값 하락 압력은 계속돼 막대한 재정 부담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작목 전환 지원 등 연관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을 우려한다.
정부는 대안으로 최근 '쌀 산업 구조 개혁 대책'(쌀 대책)을 발표했다. 쌀 대책의 핵심은 '벼 재배면적 조정제'의 시행이다. 벼 재배면적 8만ha 감축을 목표로 지자체 중심의 자율적 면적조정을 추진한다. 중앙정부는 정책 지원을 강화하여 지자체와 농업인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사전적 생산조정과 함께 쌀값 하락에 대한 사후적 대응은 '농업수입안정보험'으로 보완한다. 올해 주산지를 시작으로 도입할 쌀 수입안정보험은 농가 기준수입(기준가격×농가별 평년 수확량)보다 당해수입(당해가격×농가별 당해 수확량)이 60∼85% 이하로 하락하면 차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농민은 보험에 가입할 때 보장 수준을 선택한다.
만일 80% 보장 수준을 선택하면 당해 수입이 기준수입의 80% 미만이 되면 보험금은 80%에 해당하는 금액과 당해 수입(실수입)의 차액이 된다. 수입안정보험은 농가의 보호 수준 선택과 책임 부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여당은 우선 쌀 대책과 수입안정보험의 안정적 정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장 올 수확기에 쌀 수급 및 가격 불안이 다시 오면 양곡관리법 불씨는 다시 지펴지고 국론 분열은 뻔하다. 그때 정책 시행 첫해라며 우물에서 숭늉 찾기라고 정부가 이유 있는 설명을 해도 정치적으로는 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여당은 야당과 대화의 장을 열고 함께 보완 혹은 추가적 조치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 이 같은 점진적 노력으로 고질이 된 쌀 문제 뿌리를 끊어낼 근본 조치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때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우선 생산자의 자기 선택과 책임 분담을 반영해야 한다. 수급 조절의 일차적 주체는 생산자이다. 정부는 농업인이 개별 혹은 조직으로 수급 조절에 참여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을 제공하되, 생산자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쌀 수급 실패와 가격 하락 부담을 정부와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중심의 유통업체가 불균형적으로 떠안는 구조는 지속할 수 없다. 장차 쌀 산업 생태계를 허물 수 있다.
다음으로 정부의 재량성을 보장해야 한다. 특정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여 정책 목적을 이루려면 다양한 주변 연관 정책과 연계를 통해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이때 특정 조건부 의무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면 다른 연관정책 시행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급이 일정 수준 초과할 때 정부가 의무매입해야 한다면 작목전환과 같은 생산조절을 위한 각종 연관 유인 정책은 매몰된다.
이렇게 정책 시행자에게는 재량권을 보장하고 정책 수혜자에게는 자기 선택과 책임 분담이 있을 때 정책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지금은 소망 가운데 새해 영농을 설계하는 때이다. 새해 시행하는 쌀 관련 정책이 제대로 작동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정책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보완과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대화의 장을 열고 시행하는 정책을 계속 지켜보면서 보완과 추가조치를 더 해야 한다. 그러나 꼭 지켜야 할 원칙은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쪼록 새해는 쌀 문제 해결 기미를 보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