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지지율 85% 대통령

김주동 국제부장
2025.03.10 04:02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많은 나라의 '공공의 적'처럼 변화하는 가운데, 공격을 먼저 받은 국가에선 정부 지지도가 올라가는 결집 현상이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조사(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IIS) 2월14일~3월4일)에서 지지율 67%를 얻었다. 한달 새 10%포인트 상승했다. 물러나는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 지지율은 26%포인트까지 나던 선두 보수당과 격차를 2월 말 기준(입소스 조사) 3.8%포인트 차이로 좁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1월8일(현지시간)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대형 스크린에 17세기 고지도 이미지를 띄워 놓고 "북미지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부르면 어떨까"라며 "좋을 것 같지 않나요"라고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 /AFPBBNews=뉴스1

특히 주목받는 건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다. 젤렌스키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부통령과 공개 언쟁을 벌이고 트뤼도가 트럼프와 통화에서 욕설을 주고받은 것과 달리 그는 감정 대립 없이 관세 유예를 가장 먼저 이끌어내고 있다. 멕시코 내 지지율은 85%(경제매체 엘 피난시에로 2월 말 발표)까지 솟았다.

트럼프는 지난 6일 멕시코에 대한 관세 중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적용을 받는 상품에 대한 건 4월2일까지 미루기로 하며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이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 부르며 무례하게 대하는 것과 상반된다.

지난해 대선 때 "상대 후보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웠던 공학박사 출신의 셰인바움은 트럼프를 상대로도 냉정함을 바탕으로 관세전쟁 초기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평가를 받는다.

1. '얼음여왕'의 차가운 머리(Cool head): 트럼프가 사실과 다른 주장과 감정적인 표현을 써서 공격하지만 셰인바움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 계산되지 않은 대응은 수출품 4분의 3이 미국으로 가는 상황에서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셰인바움은 트럼프의 '말'보다 서명한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최근 관세 유예 직전 트럼프와 통화에서 그는 2월 관세 연기 때 합의된 병력 1만명 이상의 국경 배치 이후 압수된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양이 41.5%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미국의 적자를 우려하는 건 이해하지만 함께 논의해 풀어가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고 한다.

2. 내 패는 숨기고 속도 조절: 미국이 관세 위협을 가했을 때 셰인바움은 "플랜 B, C, D가 있다"고 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달 4일 미국의 관세가 부과됐을 때에는 트럼프와 먼저 통화할 것이라며 9일에 대응책을 발표할 거라고 시차를 뒀으며, 1월부터 대비해온 시나리오라고 했다.

즉각적인 대응을 하거나 맞대응 조치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양국의 대립 구도가 주목받아 긴장이 커지는 것을 막았다.

3. 말할 건 확실하게: 셰인바움이 어느 정도 트럼프의 입장에 보조 맞추면서도 호평받는 것은, 필요한 부분에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 끌려다니지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6일 관세 연기 소식이 나온 후 그는 X에서 양국의 국경 협력에 미국으로의 펜타닐 반입뿐만 아니라 멕시코로의 무기 반입을 줄이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펜타닐 문제 제기와 별도로 멕시코는 미국 무기가 넘어온다는 문제 제기를 계속해왔다. 지난달 미국이 마약 관련해 멕시코 카르텔 6곳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뒤엔 헌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주권 침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 총기 밀수 등에 관여하는 외국인에게 강한 처벌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헌법에 넣으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멕시코 내 물리력 개입 우려가 일자 낸 '주권 지키기' 신호다.

트럼프가 '멕시코만'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겠다는 아이디어를 꺼냈을 때도 직접 충돌은 하지 않았지만, 셰인바움은 기자회견에서 1607년 고지도를 크게 화면에 띄우며 웃는 얼굴로 미국을 '멕시칸 아메리카'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이번 주 12일 트럼프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시작으로 반도체법, 상호관세 등 한국 정부가 곧 마주할 일들이 쌓여 있다. 국내 문제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싸움에 먼저 대응하고 있는 멕시코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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