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하순에 발생해 1주일이 넘어 겨우 진화된 경북 산불은 많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가져왔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거의 모든 소방역량을 쏟아부었음에도 내륙지역인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 청송, 영양을 거쳐 바닷가에 있는 영덕까지 그칠 줄 모르고 퍼져나갔다. 다행히 기상의 도움과 많은 분의 수고로 산불은 진화됐지만 복구가 막막한 상황이다. 이번 산불은 농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줬는데 경북지역의 산불로 인한 농작물 피해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업에 종사하는 농가들은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재난을 당한 것인데 재해보험금을 포함한 피해에 대한 조기지원 등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한편 산불피해를 농산물 수급관리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는데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지역이 사과, 마늘, 양파 등 주요 농산물의 주산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과의 경우 경북지역이 우리나라 최대 주산지로 자리잡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사과 과수원이 대구에서 계속 북상해 의성, 청송, 안동, 영양, 영덕으로 이동했기에 산불피해를 크게 입었다. 자료에 따르면 경북지역 과수원 중 산불피해를 입은 곳이 현재까지 여의도 면적의 5배인 1490㏊로 집계됐는데 우리나라 전체 사과 재배면적의 4.5%가 이번 산불로 사라진 셈이다. 더구나 과수나무의 특성상 새로 묘목을 심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사과를 수확하려면 수년이 걸리기에 당분간 사과 공급량이 원상회복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가뜩이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재해로 사과 생산량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생산규모의 안정적 유지에 어려움을 더해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농산물 수급은 수요량이 단기간에 크게 변하지 않지만 공급량은 매년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 즉 농산물은 과잉공급되거나 과소공급되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결과적으로 농산물 가격의 급락 또는 급등을 유발한다. 특히 이번 경북지역 산불재해는 물론 2023년부터 국가적 이슈가 된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수확량이 급감하는 경우 농산물의 과소공급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는 농산물 공급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는데 이 중 비축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비축사업은 정부가 농산물의 일부를 공공창고에 저장해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을 조절하는 사업으로 농산물의 생산량이 많은 경우 창고 비축량을 늘려 가격 하락폭을 줄이고 시장에 유통되는 거래량이 적은 경우 비축물량을 방출해 가격 상승폭을 축소하는 목적이 있다. 현재 국내 생산 농산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수매비축 사업은 채소(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와 과일(사과, 배)을 포함한 11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데 단기간에 수급불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사업효과를 충분히 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상이변과 산불재해 등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협하는 외부요인의 발생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비축사업의 대상품목과 규모의 적정성을 검토해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