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 정보기관은 여러 수단을 동원해 우리 해역에 대한 정찰과 일련의 정보수집 활동을 함으로써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 그 요원들은 관광객으로 위장해 연안의 주요 군사시설과 선박의 활동에 관한 정보를 은밀히 수집한다. 때로는 낚시꾼으로 위장해 어선을 빌려 타고 바다로 나가 민감시설이나 선박에 대한 근접사진과 영상을 촬영한다. 장난감으로 위장한 무인기나 무인선박을 이용한 간첩활동 사례도 늘고 있다."
윗글은 마치 대한민국 해역에서 주변국이 벌이는 간첩활동에 대한 경고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최근 중국의 국가안전부가 위챗을 통해 전파한 대국민 홍보 글의 일부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이 계속된다.
"국가안보의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안전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광범위한 참여와 협조가 필수다. 우리는 국민이 국가안보 홍보와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양안보 위험상황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안보의식을 강화하며 국가안보를 유지하는 능력을 향상하기를 바란다. 연안지역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의심스러운 인물, 장비, 선박 등 기타 행위가 발견될 경우 국가안전부 신고접수 핫라인 12339로 전화하거나 온라인 신고 플랫폼(www.12339.gov.cn)을 방문하거나 국가안전부 위챗계정의 신고접수 채널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국가안전업무에 협조한 개인 및 단체에 대한 포상조치'에 따라 국가안전부는 신고인의 역할과 기여도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할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안보와 안전엔 이처럼 민감하다. 최근 논란이 된 서해 구조물에 대해 어업용도라며 우리 정부의 문제제기를 일축하고 자국 민간인을 동원해 은밀한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중국의 태도는 한마디로 이중적이다. 이런 중국에 대응하려면 초당파적 노력이 필요함에도 해양주권 수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정권마다 엎치락뒤치락한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저자세 외교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중국은 높은 산이고 한국은 작은 산이다. 큰 산과 작은 산이 어깨를 맞대고 서로 안고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2017년 중국 국빈방문 중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문재인정부 당시인 2017~2022년 국내 언론보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도발은 여전했음에도 '동경 124도' '서해 불법조업' 등 해양 영유권 이슈를 다룬 보도건수는 그 전후 시기보다 크게 줄었다. '큰 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작은 산'의 노력 때문이었을까. 중국은 역사적으로 자국이 강하거나 주변국이 약하다고 판단하면 조공체제와 변방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군사·외교공세를 강화했다. 그 흐름은 지금도 계속된다. 우리의 미온적 태도는 중국이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왜 이러느냐"고 강변하는 빌미만 줄 뿐이다.
4월15일은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고 전방위 안보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에서 지정한 '국가안보 교육의 날'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 중국의 자가당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