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비즈니스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는 은행들이 보험산업에 진출했고 또 추가로 진출을 모색한다. 은행을 넘어 카드로 증권으로 보험으로, 은행의 사업다각화는 칸트의 용어를 빌리자면 정언명령인 듯하다. 기업이 기존 주력분야 외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전략인 사업다각화는 성숙단계에 접어든 한국 회사들에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위험성도 크다.
결론부터 말하면 은행의 보험산업 진출은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높다. 은행과 이질적인 리스크 프로파일을 가진 보험사 인수로 관리의 복잡성이 높아질 수 있다. 보험산업에 대한 자본투입으로 주주환원 여력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우려해 바젤3하에선 은행과 보험사가 한지붕 아래 들어가는 것에 상당히 높은 페널티를 부과한다.
지난 30년 정도의 상황을 돌아보자. 2000년 전후엔 전 세계적으로 방카슈랑스가 확대되며 은행과 보험사들의 조인트벤처가 활성화되고 상호 M&A도 활발히 이뤄졌다. 당시 미국 손해보험사 트래블러스와 씨티뱅크의 합병이 큰 이슈가 됐는데 유럽에서도 은행과 보험의 조인트벤처 사례가 많았다. 2001년 독일 알리안츠가 드레스드너방크를 인수했고 유명한 ING그룹은 은행과 보험의 양대 축으로 이뤄진 회사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방카슈랑스의 성과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AIG 사태 등을 겪으면서 금융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강화의 필요성이 강조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08년 30개사가 넘은 유럽 주요 은행과 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조인트벤처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례는 거의 없다. 알리안츠는 대규모 손실발생으로 고생한 후 2008년 드레스드너방크를 코메르츠방크에 매각했다. 씨티그룹이 트래블러스를 분사한 해가 그 많은 관심이 채 식지도 않은 2002년이란 것은 놀랍지도 않은 일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바젤3하에서 은행의 보험사 지배에 강한 페널티가 도입됐다. 은행의 보험사 투자는 보통주자본의 10%까지는 위험가중치 250%가 적용되고 10%를 초과하면 초과분을 보통주자본에서 차감한다. 이러한 강한 규제도입이 논의되면서 ING그룹은 은행인 ING와 보험사인 NN으로 분할했다. 호주 보험산업에서 높은 점유율을 누리던 대형은행들은 대부분 보험사업부문을 AIA나 일본생명 등에 매각했다. 2008년 이후 대형보험사를 인수한 대형은행의 사례는 한국뿐이다.
남들이 못하는 어려운 일에 성공했을 때 그 결실은 더욱 클 수 있다. 이혼할까 봐 결혼을 못 한다거나 실패할까 봐 개업을 못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남들이 발을 빼고 또 부모가 뜯어말린다면 그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귀한 주주의 돈을 끌어다 하는 영업이 수많은 국민과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은행업이라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또 때로는 건너지 않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고심 끝에 만들어진 바젤3 체계에서 은행과 보험의 결합을 굳이 말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