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행정수도 세종 이전'을 외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여의도 국회시대를 끝내고 국회 세종시대의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충청을 행정·과학수도로 만들겠다"며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을 공약했다. 민주당의 김경수·김동연 경선 후보도 행정수도 완성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종 행정수도' 공약은 충청권 표심을 노린 '표(票)퓰리즘' 성격이 짙다. 행정수도 이전은 개헌사항인 만큼 진심이라면 개헌 찬성을 밝히는 게 적절하다. 개헌에 반대하는 이 후보가 개헌에 동참하면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 분권과 자치, 주민자치 실질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합의와 개헌을 통해 추진할 사안이다. 이참에 그동안 논의되지 못한 주민자치를 실질화하는 개헌을 공론화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주민자치 개헌의 핵심은 아래로부터 주민자치의 실질화를 통해 그동안 공염불에 그친 '지방분권·자치에 기초한 준연방제 정부 구상안'을 구현하는 일이다. 지방자치가 성공하려면 '주민자치'가 주도권을 갖고 '단체자치'를 견제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단체자치에 비해 주민자치는 소홀히 다룬다. 이는 지방자치가 주권재민의 원칙에서 벗어나 있음을 상징한다. 지방자치 단위가 '시읍면'에서 인구규모가 큰 '시군구'로 변경된 것부터 문제다. 언제 변경됐을까. 지방자치법상으론 1988년이다.
1949년 지방자치법에 '본 법은 지방의 행정을 국가의 감독하에 지방주민의 자치로 행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고 돼 있었다. 특히 4·19 혁명에 따라 1960년 6월15일 공포된 2공화국 개정헌법은 제96조(시읍면의 장은 그 주민이 직접 이를 선거한다)처럼 '시읍면장 주민직선제'를 천명했다.
하지만 1988년 지방자치법은 1949년 법 목적규정에서 '주민자치'를 빼고 지방자치단체의 건전한 발전이라고 하는 '단체자치'를 넣었다. 또한 1988년 법은 주민자치 단위를 '시읍면'에서 '시군구의 단체자치'로 바꿨다. 이런 변경은 주민자치를 무력화하는 퇴행적 조치였다. 민주화 세력은 1988년 법을 만들 때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정권이 '시읍면장 주민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변경한 것을 그대로 두는 오류를 범했다. 제2공화국 개정헌법으로 돌아가는 게 적절했을 것이다.
20년간 '주민자치'를 주창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장은 "민주화의 사각지대로 관치화·식민지화된 읍면동과 통리단위를 실질적인 주민자치회로 자치화하는 것이 제2의 민주화"라고 밝혔다. 제7공화국 헌법에 '읍면동장 직선제'와 '통리반 주민자치회 설치'가 적시되기를 희망한다. 왜냐면 해당 구역 주민이 진성회원으로 참여해 1인 1표에 따라 자유롭고 평등하게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게 주민자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