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주춤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때가 오히려 국가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전략을 정립할 시점이다. ESG는 단순히 공시의무를 강화하거나 유행이 아니라 산업구조 전환, 에너지안보, 자본시장 경쟁력, 그리고 인적 자원의 다양성까지 포괄하는 국가 경쟁력의 본질적 요소다. 지금이야말로 ESG를 국가전략으로 정립하고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체계를 갖춰야 한다.
아쉽게도 국내의 ESG정책은 여전히 흩어진 정책, 불확실한 전략으로 일관성과 방향성이 부족하다. 최근에는 상장기업의 공시 의무화 일정이 연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준비와 투자결정이 지연되고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ESG 리더십 또한 약화됐다.
물론 이는 유럽연합(EU)의 '옴니버스 패키지' 발표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보호조치 퇴조 등 주요국의 규제조정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이들 주요국은 방향성을 유지한 채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본만 해도 ESG 공시기준 확정과 2027년부터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한다.
한국도 이제는 ESG를 '산발적 제도' 수준에서 '국가통합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부처별로 흩어진 실행체계를 재정비하고 산업·에너지·금융·고용부처가 긴밀히 협업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디지털 ESG 통합 플랫폼 구축을 통해 공시, 성과, 인센티브 정보를 모으고 민간의 참여·피드백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플랫폼은 단순한 정보공개를 넘어 성과측정, 인재 다양성 관리, ESG 채권투자 현황관리 등 다기능 수행이 필요하다.
자본시장과 산업정책의 연계도 필수다. 상장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를 미루지 말고 세계 표준에 부합하면서 국내 상황을 고려해 K-ESG 기준을 고도화해야 한다. 기업엔 금융·세제 측면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ESG 공시 우수기업엔 공공조달 우대, 정책금융 지원 등의 실질적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 산업 측면에서도 배터리, 전기·수소차 등 첨단산업에 ESG 요소를 통합해 기술개발, 글로벌 시장선점에 나서야 한다. 에너지안보 전략과 ESG를 연결짓는 정책이야말로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열쇠가 된다.
또한 AI 시대의 경쟁은 결국 '사람'이다. 그런데 인재를 유치·유지하기 위한 핵심 조건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의 다양성 정책을 제도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수단이 부족하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아우르는 '다양성 공시지표' 도입과 '기업다양성지수' 등 객관적 평가체계가 요구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ESG를 국가 경쟁력의 근간으로 삼아 산업·금융·노동혁신의 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규제의 틀을 벗어나 전략적 국가성장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단편적 제도가 아닌 통합된 전략, 부처간 칸막이를 없앤 협업구조, 기업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실행력 있는 로드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