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제는 자본보호주의인가?

장보형 경제평론가
2025.06.09 02:03
장보형 경제평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두고 논란이 거센 모습이다. 사상 최대규모의 감세계획이 담긴 이 법안에 대해 한때 그의 우군을 자처한 일론 머스크마저 미국을 파산으로 몰아간다며 "역겹고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당연히 대규모 감세로 인한 미국의 재정악화가 쟁점이지만 1100페이지가 넘는 이 법안의 한 귀퉁이에는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충격적인 제안도 담겼다.

이번 세법개정안 899조에 실린 이른바 '보복세'가 그것이다. 그동안 미국에 불공정한 세금을 매긴 국가들(개인, 기업, 국부펀드 등)의 미국 투자수익(이자, 배당금, 임대료 등)에 최대 20%의 추가 세금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부과 대상국으로 디지털세 등을 앞세운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이 우선 거론되지만 한국 역시 물망에 오른다. 여러 예외조항을 고려하더라도 직접적 영향만 연간 5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측은 미국이 불공정하다고 간주하는 국가들과의 협상도구일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의 보호주의가 이제 자본, 혹은 통화·금융 차원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미국 경제에서 대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은 파생상품을 포함해 62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자산을 보유했다. 미국인의 해외 자산이 36조달러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순국제투자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 GDP 대비 -90%에 이른다. 그만큼 미국의 저축과 투자간 불균형을 외국 자본이 메운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본보호주의'는 결국 외국인 자본의 이탈을 유도함으로써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나 경상적자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달러약세는 트럼프가 내심 의도하는 바지만 그렇다고 달러의 지배력을 포기할 의향은 없다. 트럼프가 자본보호주의 행보와 나란히 야심차게 밀어붙이는 이른바 '지니어스법'이 대표적으로 달러가치와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를 목적으로 한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제적 유동성 공급의 책임을 맡은 달러의 역할, 즉 일종의 글로벌 공공재로서 안전자산의 역할이 미국의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달러강세를 초래함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화했다는 것이다. 대신 그가 선택한 해법은 민간부문의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결제수단 및 담보자산으로서 달러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결국 디지털 금융과 신중상주의를 결합한 일종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중상주의'(crypto mercantilism)가 전면에 등장했다.

트럼프의 또 다른 전쟁선포에 국제사회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그간 디지털 금융혁신을 활용한 글로벌 중앙은행 차원의 디지털통화(CBDC) 실험은 미국의 퇴짜로 인해 반쪽짜리 시도로 전락하고 빅테크의 막강한 지배력에 맞서려던 국제적 노력들도 미국발 새로운 보호주의 역풍에 시달린다. 하지만 글로벌 공공재의 책임을 방기한 미국의 승산도 크지는 않다. 우리 신정부도 6월 중순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공식 데뷔한다. 과연 그 복안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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