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범인(凡人)과 장인(匠人)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2025.06.11 02:05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

한 분야에서 업을 이룬 전문가를 우리는 '장인'이라 부른다. 나아가 장인 중에서도 더욱 뛰어난 사람을 '명장'이라고 칭한다. 이런 장인과 범인의 가장 큰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에 이런 표현이 있다. "시작은 '범인'의 영역이고 지속은 '장인'의 영역이다." 누구나 새로운 포부와 계획을 세우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그 계획을 꾸준히 지속해서 의미 있는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무나 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요즘처럼 휘발성, 인스턴트성, 초단기성이 팽배한 시대에 분명코 오랫동안 '지속'해서 남다른 성과를 만든다는 것은 더더구나 힘듦이 분명할 것이다.

2020년 무렵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분출되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고 ESG와 SDGs(지속가능목표) 등에 대한 관심이 불꽃처럼 일어났다. 이에 따라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 그리고 이를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하지만 최근 양상을 보면 그 도도한 흐름은 여전히 유지되긴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이에 대한 관심과 이행노력이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인가 내로라 하는 결실과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결정한 목표를 지속적으로 해내는 끈질김과 불굴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이런 표현도 있다. '마차를 아무리 많이 이어 붙여도 기차가 되지는 않는다.' 산업혁명 시대에 증기기관이 마차를 대신하면서 유래한 말인데 제아무리 빠른 말을 수십 마리 연달아 마차를 끌게 해도 결코 증기기차의 속도를 낼 수 없음은 자명하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현을 위해 ESG 목표를 제고하고자 할 때 그 이전에 해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를 과거 대비 몇 배로 늘린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ESG 실천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달라진 경제환경과 국제 분위기에 맞춰 기존의 생존법칙에서 벗어나 달라진 법칙을 찾아 그것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행해야 한다. 현대 경제학의 태두인 케인스도 "정말 어려운 일은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했듯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ESG 행동법칙으로 변모, 진화해야 한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헤밍웨이의 소설 중 하나인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엔 이런 대화가 나온다. 어느 날 빈털터리가 된 친구가 주인공을 찾아온다. 주인공은 대체 어떻게 하다 이렇게 쫄딱 망했냐고 물어본다. 이때 그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단 2가지였어.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Two ways. Gradually, then Suddenly!)

세상의 많은 변화는 부지불식간에 서서히 이뤄지다 마치 물이 100℃에서 끓어오르듯 긴 시간이 지난 연후에 갑작스럽게 큰 변화로 나타나는 것을 대문호는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라는 두 단어로 압축해 표현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격변을 목전에 둔 우리 경제는 '장인'의 모습으로,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과 계획을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Gradually) 닦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어느 순간 갑자기(Suddenly) 대격변을 헤쳐나가는 진정한 선진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