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불균형의 불균형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5.06.13 02:05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경제학에서 균형상태는 수요와 공급의 힘이 대등한 수준에 이른 이상적인 상태다. 경제는 소비자가 충분히 수요할 만큼 생산한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공급한다. 시장은 가격을 통해 생산자에게 얼마만큼 공급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매출도 줄어든다. 매출이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면 기업은 손실에 직면한다. 팔아도 손해만 보는 기업은 알아서 생산을 줄이고 시장에서 철수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산한다.

수요가 충분한데도 공급망에 장애가 생기면 가격이 상승한다. 소비자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제품을 구입하려고 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기존 예산으론 소비가 불가능해진 가계가 수요를 줄인다. 가격은 다시 안정을 찾는다.

시장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면 경제는 골디락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불균형이 빠르게 균형으로 복원되면 물가는 안정되고 경제는 서서히 성장한다. 문제는 정부가 시장기능의 교란자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인위적으로 균형을 파괴하고 불균형을 창출한다.

정부는 경제상황에 불만을 품은 지지세력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내를 가지고 경제를 심층진단해 균형상태를 지향하지 않는다. 긴급히 신규 예산을 편성해 엄청난 규모의 돈을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입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분야는 성장하고 산업이 위치한 지역도 발전한다. 그렇지 못한 지역은 경기가 위축되고 인구도 줄어들어 고사위기를 맞는다. 정부의 예산은 국가 전반의 수요를 감안해 균형적으로 편성돼야 한다. 국제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불균형 성장론의 축복을 받은 나라로 손꼽힌다. 정부가 계획해서 수출 위주로 산업을 키워 고도성장을 이룩한 경제기적의 나라로 칭송받는다. 한국의 성장은 자유무역 시스템의 수혜를 입었다. 자국 산업은 보호하면서 수출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20세기 후반 독일과 일본 경제도 비슷한 패턴의 수출주도 전략으로 급성장했다. 두 나라는 기술 경쟁력까지 갖춰 세계 자동차와 전자시장을 제패하려고 했다. 정부가 음으로 양으로 보이지 않는 지원을 펼치는 가운데 무역수지 흑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21세기에 들어서자 중국이 급부상했다. 공산주의 계획경제에 바탕을 둔 중국 경제는 뼛속부터 정부 지원에 기대어 성장했다. 각 성 정부는 경쟁적으로 정책예산을 편성해 특정 산업에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메이드 인 차이나'는 전 세계 시장을 평정했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과거 어느 나라도 상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커졌다. 한 나라의 무역흑자는 다른 나라의 무역적자를 의미한다. 흑자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증가하면 국가간 불균형도 그만큼 커진다. 시장기능을 왜곡한 정부의 지원 아래 벌어진 불균형은 암적 존재다.

무역불균형은 시장기능을 지키려 정부 지원을 자제한 국가의 산업을 파괴한다. 불균형을 조정하지 못하면 자유무역은 불가능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무역 역조의 피해를 본 러스트벨트의 지지로 집권했다. 관세와 무역전쟁의 유일한 해법은 중국의 과잉생산과 수출자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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