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제시한 국정 화두는 '안전 관리'였다. 취임 둘째 날 정부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 관련 부서 공무원들을 소집해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하면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국가의 무관심이나 부주의 때문에 국민이 목숨을 잃거나 집단 참사를 겪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최고 국정책임자가 피력한 것이다. 또 SNS에 글을 올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바야흐로 '안전제일'의 시대다.
'안전제일' 이란 구호는 100여 년전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기업인 US스틸에서 시작됐다. 1900년대 초 당시 US스틸 사장이던 엘버트 헨리 게리는 산업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영 철학을 '생산제일(Production First)'에서 '안전제일(Safety First)'로 전환했다. 그는 생산에 앞서 근로자의 안전을 우선 챙겼다. 위험한 근로환경과 반복되는 재해가 생산성과 품질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했기 때문. 초기에는 이같은 변화가 생산성을 해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러나 실제로 사고가 줄고 품질과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안전제일'은 명실상부한 성장과 발전의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새 정부 '안전제일' 정책의 첫 시험대는 이번 장마철이 될 전망이다. 올 여름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대기 불안정과 저기압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예상된다. 지난주 이 대통령은 한강홍수통제소를 직접 찾아 장마철을 앞두고 상습 침수 구역을 살피고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재난이나 피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최대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 이후엔 신속한 복구가 중요하다는 구체적 지침까지 전달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통해 제시한 '목민'(牧民)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 목민심서 제 4편(애민)에는 재난 구제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담겨있는데, '재난이 생길 것을 생각해서 예방하는 것이 재난을 당한 후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아울러 재난 발생 시 '구해내는 일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조금도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안전제일'은 일상적인 구호에 그쳤다. 근로자의 작업복과 모자에 붙어있는 색 바랜 표식 정도랄까. 사회는 빠르게 발전했지만, 우리는 무감각해져갔다. 그러나 이제 '안전제일'은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한 중요한 가치로 다시 떠오를 것이다. 안전은 인간의 삶에서 건강과 함께 필수적이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거나 위험에 빠뜨린 권력은 지속되지 못했음을 역사는 보여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안전'을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예상치 못하거나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수준의 재해와 사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완벽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안전이 상대적 개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재해·사고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안전 관리 시스템도 시대 변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재난·재해 컨트롤 타워인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전폭적인 조직 보강이 필요하다. 안전 업무를 담당하며 격무와 긴장감으로 '기피 부서'로 인식된 곳엔 빠른 승진 기회와 포상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재난 구조·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소방·지자체 공무원 등에 대한 처우 개선과 권한 강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편애'한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화끈하게 밀어주자. 이들이 '열일'할수록 국민은 '안녕( 安寧)'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