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사건은 핵심광물이 단순한 산업재를 넘어 국가안보의 핵심자산으로 떠올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첨단산업의 기반에는 리튬, 코발트, 흑연, 희토류 등이 깊이 뿌리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광물들은 지리적으로 편중돼 공급망이 언제든 정치적 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한국은 배터리와 반도체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핵심광물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리스크로 드러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까지 핵심광물 수요가 현재의 5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주요 수요처도 녹색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코발트 생산의 70%,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금족금속·망간·크롬을 다량 보유했다. 기니는 세계 보크사이트의 25%를, 마다가스카르와 모잠비크는 흑연과 니켈에서 존재감을 키운다. 아프리카는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30%를 보유한 '광물의 보고'로 재평가되며 미래 공급망 재편의 핵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국들도 아프리카를 둘러싼 경쟁에 본격 돌입한 상태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광산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연계하며 채굴부터 정제·운송까지 공급망 전반을 장악했다. 미국은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중심으로 우방국과 공동진출을 꾀한다. 유럽연합(EU)은 '글로벌 게이트웨이'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전환을 명분 삼아 로비토회랑(Lobitto Corridor) 등 전략적 운송인프라에도 투자한다. 일본은 기술지원을 기반으로 한 진출전략을 추진 중이다.
아프리카 각국도 달라졌다. 광물 소유권을 명확히 하며 외국 기업에 대한 조건을 재설계하고 가치사슬 육성과 함께 고용·환경·투명성 측면에서 동반성장을 요구한다. 단순 채굴국에서 벗어나 공급망 내 부가가치 극대화와 산업화 촉진을 위한 관련 제도정비에 적극 나섰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를 통해 외교적 첫발을 내디뎠지만 본격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정부는 고위급 협력채널을 정례화하고 자원외교와 정책금융, 인프라 패키지를 결합한 통합형 접근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투자세액공제, 수출금융, 정보플랫폼 등 실질적 지원을 확충하고 공공기관이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한국의 배터리·소재·정밀가공 기술력과 ESG 경영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현지에서 함께 성장하는 '공생형 협력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핵심광물 확보는 단순히 산업 경쟁력 강화를 넘어 국가의 경제안보와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적 과제다.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민관이 함께 아프리카로 향하는 로드맵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