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내우외환에 직면한 자동차산업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2025.08.19 08:26

4차 산업 혁명, 코로나19 팬데믹, 통상 환경의 급변과 중국 제조업의 비상(飛上) 등에 따라 국내 산업구조 개편과 고도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산업의 체질 개선 필요성은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됐다. 금융위기 이후 산업정책이 약화하고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이 소폭 하락했지만, 제조업 주력 업종 구조는 변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동차산업은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하면서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세계 판매 3위 업체로 부상했지만, 자동차산업의 질적 성장은 경쟁국에 비해 뒤지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공지능 기술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공급망과 생태계 내부 기업들의 역량이 부족하고 전환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공급업체의 도움 없이 국내 완성차기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업체가 내재화와 개방형 조달을 통해 공급업체의 슬림화와 공급망의 효율화를 추진해 온 지는 오래다. 그 결과 국내 자동차산업의 1차 공급업체 수는 2010년의 952개에서 2024년에는 691개로 27.4%가 감소했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세계시장 판매 물량은 2016년 사상 최고인 900여만대에서 2024년에는 800여만대로 100만대가 감소했다. 그런데 정부는 전체 공급업체 수를 2만개로 파악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로 인해 국내 자동차기업들의 국내 생산뿐 아니라 세계시장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합의한 15%의 상호 관세가 언제 발효될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이며 종잡을 수 없는 협상 태도로 인해 아직도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 상대국이 미국의 조치에 반발해 대응하면 곧바로 더 높은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 브라질, 인도, 스위스 등이 피해를 봤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고관세 대응 전략으로 또다시 수출선 다변화를 이야기한다. 세계 최고의 기술시장에서 벗어나 어디로 갈 것인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는 이미 밀려나 있고, 3위 시장인 유럽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중국의 완성차 수출 물량은 올해 우리보다 2.5배 이상 많아질 예상이다.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연합(EU)가 부과하고 있는 수입 관세 45.3%를 극복하고 판매를 늘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원가 절감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수출 차량과 부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국내 엔지니어 수가 감소하고 있다.

정부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은 여타 첨단기술산업에 비해 적다. 정부는 R&D를 정상화하고,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지원을 대폭 증대할 예정이다. AI는 연관 기술, 제품, 산업과 융합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산업과의 융합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리쇼어링과 국내 생산 유지·확대가 강조되고 있으나, 국내 투자 환경의 악화와 업체의 자금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자동차산업 이해관계자들이 중지를 모아 트럼프 라운드와 만리장성을 넘어서야만 우리 자동차산업이 사면초가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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