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에 속수무책? 위기의 K배터리, 삼원계 각광에 '반전'

중국산에 속수무책? 위기의 K배터리, 삼원계 각광에 '반전'

최경민 기자, 청주=김도균 기자, 김지현 기자
2026.03.27 07:00

[배터리체크포커스]<2>삼원계의 귀환, LFP의 역습(上)

[편집자주] 배터리 산업은 한 때 '제2의 반도체'로 여겨졌다. 기업들은 수십조원을 투자해 전세계에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의 굴기로 K배터리 밸류체인은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터리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중국 또 가성비 물량공세...위기의 K배터리, 반격 카드는?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공장의 소성로 모습/사진=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공장의 소성로 모습/사진=에코프로비엠

AI(인공지능) 시대 맞춤형 고성능 배터리로 NCM(니켈·코발트·망간)·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가 각광받으면서 K배터리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6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6.3%였다. 2023년만해도 48.9%에 달했지만, 약 2년만에 30%대까지 밀린 것이다. 대신 CATL(30.0%)·BYD(7.9%) 등 중국 기업의 약진이 이뤄졌다. K배터리가 LFP(리튬·인산·철) 대비 고성능인 삼원계에 집중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원가 절감'이 화두로 떠오르자 중저가 LFP를 앞세워 점유율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짧은 주행거리와 겨울철 성능 불안정, 배터리 재활용의 어려움 등 LFP의 단점이 부각되며 삼원계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다. 박기수 SK온 미래기술원장(CTO)도 "현재 LFP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하이니켈(니켈이 약 90% 들어간 삼원계) 배터리 계열로 회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삼원계 양극재 적재량이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방 수요 부진 속에서도 공급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특히 AI의 발전은 삼원계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는 주변 감지를 위해 카메라·라이다·레이더·초음파센서 등을 쉼없이 가동해야 하고, 휴머노이드 로봇·UAM(도심항공교통) 등도 마찬가지다. 삼원계 하이니켈처럼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기업들은 삼원계의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에코프로비엠(198,900원 ▼4,100 -2.02%)을 비롯해 LG화학(314,000원 ▼4,000 -1.26%), 포스코퓨처엠(200,000원 ▼2,500 -1.23%), 엘앤에프(144,500원 ▼800 -0.55%) 등은 하이니켈 양극재를 주력으로 삼으면서 니켈 95% 수준의 '울트라 하이니켈'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하이니켈 기술은 안전성과 성능을 극대화한 '꿈의 배터리' 전고체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희영 에코프로비엠 H2개발팀장은 "자율주행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려면 하이니켈이 정답"이라며 "휴머노이드 로봇· UAM 경우에는 당장 하이니켈을 대체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2025년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그래픽=김지영
2025년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그래픽=김지영

AI 배터리 준비 끝낸 '에코프로비엠'..하이니켈 배터리로 승부수[르포]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공장 내부 모습/사진=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공장 내부 모습/사진=에코프로비엠

지난 4일 찾은 충북 청주 오창읍 에코프로비엠(198,900원 ▼4,100 -2.02%) 캠(CAM·양극재) 4공장 내에는 '쿵쾅쿵쾅' 굉음이 가득했다. 옆사람의 목소리 조차 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리튬과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망간 등의 원료가 삼원계(NCA·NCM) 양극재로 가공되는 소리였다. 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주춤했던 K배터리가 다시 시동을 켠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희영 에코프로 H2개발팀장은 "고급차를 타던 사람이 중저가 차로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것처럼, 배터리 시장도 비슷한 구조로 형성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이 중저가 LFP(리튬·인산·철)를 앞세워 최근 시장을 석권한 것을 두고 "삼원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게 아니다"고 단언했다. 삼원계와 LFP가 별도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눈을 돌려보니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하는 외벽을 따라 수십 개의 굵은 배관이 위아래로 뻗으면서 얽혀있었다. 이 관 속에서 전구체와 리튬의 결합, 분쇄, 고온 소성(굽기) 과정 등 양극재 제작 핵심 공정이 진행됐다. 캠4 공장 1층에는 출하를 앞둔 양극재들이 톤백에 담겨 포장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종 포장이 완료되면 국내·외 고객사로 출하가 이뤄진다.

에코프로비엠이 청주와 경북 포항 등을 중심으로 구축한 연간생산량(연산) 18만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감안하면 최근 증가세인 삼원계 양극재에 대한 수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에코프로(146,000원 ▼5,300 -3.5%)는 지난해 8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누적 판매량이 30만톤(전기차 300만대 분량)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연산 5만4000톤 규모의 헝가리 공장도 올해 가동에 들어간다. 중저가 라인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사업 투자를 통한 저가 원료 확보 작업 등도 병행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공장의 수세탈수 공정의 모습/사진=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비엠 양극재 공장의 수세탈수 공정의 모습/사진=에코프로비엠

이날 공장에서는 다결정 하이니켈에서 단결정 하이니켈로 진화하는 삼원계의 고도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결정 양극재는 여러개의 입자가 뭉쳐 있는 구조로 충·방전 과정에서 입자에 균열이 일어나 내부 가스 발생 가능성이 있다. 반면 단결정 양극재는 하나의 단위 입자가 단일한 결정 구조로 돼있어 쉽게 균열이 일어나지 않아 안정성이 뛰어나고 수명도 길어진다. 다결정과 단결정을 섞은 니켈 함량 90% 수준의 하이니켈 배터리가 에코프로비엠의 주력 제품이다.

향후 단결정만으로 구성된 니켈 95% 수준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만드는게 목표다. 양극재에 니켈이 많이 들어갈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궁극의 고성능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고밀도·고에너지 배터리의 시장성이 유효하다는 판단은 여전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확산될수록 고성능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LFP 대비 떨어지는 삼원계의 화재 위험 등 안전성 문제의 경우 단결정 기술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업계의 판단이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안전성 문제 때문에 하이니켈의 사용을 꺼려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인해 더이상 우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 됐다"며 "하이니켈은 고성능·장거리 주행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수요가 많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율주행 전기차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UAM(도심항공교통) 등에 적용할 하이니켈 배터리와 관련해서도 "이미 준비가 다 돼 있고, 전방 산업에서 대중화된 제품을 내놓을 때만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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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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