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복 80주년과 소버린AI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25.08.28 04:00
마니쉬 굽타(Manish Gupta) 구글 딥마인드 시니어 디렉터가 7월 2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5'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Google AI'를 주제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 8월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주권 지키기에 직면했다. 바로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소버린 AI는 말 그대로 'AI 주권'을 의미한다. 한 국가가 글로벌 빅테크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데이터·인프라·AI 모델역량을 독자적으로 확보해 AI 활용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산업자립, 국민의 개인정보 등을 지킨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전략자산으로 인식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과 사회 전반이 글로벌 빅테크의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일찍부터 소버린 AI를 준비했다. AI 강국인 미국은 민간 주도의 AI 생태계를 국가전략으로 흡수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빅테크가 디지털 세계의 데이터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을 견제하기 위해 EU의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가이아X'(GAIA-X)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소버린 클라우드'를 통해 군사·정부·의료·금융데이터를 자국 내에서만 처리토록 제도화했다.

중국은 'AI산업 내재화 전략'을 실행 중이다. 민간 빅테크들과 협업을 강화하며 AI산업 내재화와 보급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기술독립을 넘어 AI를 국가 경쟁력과 안보의 핵심자산으로 삼은 것이다. 국가안보를 지키는 'AI 만리장성'이라는 표현마저 나온다.

인도 역시 인구 14억명이라는 내수시장을 활용해 AI 주권 전략을 가속화한다. 정부는 '인도AI(IndiaAI) 미션'을 통해 국산 AI모델 개발, 공공데이터셋 구축, AI스타트업 육성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특히 영어와 힌디어를 포함한 다언어 AI모델 개발에 집중해 '인도형 AI 생태계' 조성을 도모한다.

베트남도 최근 자국의 데이터 주권 강화를 위한 국가 블록체인 플랫폼 'NDA체인'(NDAChain)을 공식 출범했다. 글로벌 데이터 경쟁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승부수로 내세웠다. 이같이 세계 여러 국가에서 소버린 AI를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

한국은 IT(정보기술) 강국이자 반도체 제조강국으로 불리지만 정작 초거대 A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는 해외 빅테크 의존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 역시 아마존(AWS)·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계 기업에 크게 기댄다. 위기상황에서 이들 기업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특정 조건을 요구한다면 국가기능이 마비되는 디지털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로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비롯해 AI 3대 강국 도약을 추진 중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5개 정예팀 중 한 팀을 이끄는 양승현 SK텔레콤 AI R&D센터장(CTO)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대한민국의 AI 주권을 확립하고 앞으로 10년, 20년을 책임질 산업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때 소버린 AI 추진에 대해 "인프라 구축비용만 클 뿐 실효성이 있겠느냐"거나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소버린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전략이다. 구글의 핵심인력인 마니쉬 굽타 딥마인드 시니어디렉터는 "인도 정부가 자체 LLM을 구축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은 '그렇다'였다"면서 "통제권을 해당 국가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통상협상에서도 디지털 주권을 놓고 긴장이 커진다. AI를 자국 기술과 인프라로 구축하지 못하면 통상협상에서 우리의 정책 자율성은 쉽게 협상카드로 전락할 수 있다. 공공·금융·의료분야의 민감한 데이터가 국외로 이전되면 타국 기업과 정부에 의해 쉽게 분석되고 정치·경제적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AI 주권 강화에 대한 국민의 공감과 소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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