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AI 시대, 쉬는 청년에게 'AI 뉴딜'이 필요하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2025.09.12 02:05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최근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전 산업에 걸쳐 혁신을 주도한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진입장벽이 낮던 직무와 창의적 영역에서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며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취업시장에 막 진입하는 젊은 세대의 일자리가 급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5~29세 중 쉬고 있다고 응답한 '쉬는 청년'이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위기에 놓인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으로 실업률이 25%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주요 비즈니스리더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임금인하와 해고를 멈춰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는 시장의 흐름을 막지 못했고 대기업들은 오히려 고용을 줄였다. 이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통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규모 공공사업을 추진하며 일자리를 창출했다. 민간 산림보호단, 공공사업국, 근로진흥국 등은 도로, 댐, 교량을 건설하고 예술가들에게도 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기반시설을 재건했다. 특히 산림보호단에서 공원관리원으로 일한 젊은이들은 산불보호 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건강한 몸으로 사회에 복귀해 경제재건에 큰 역할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에서 돌아온 미국 청년들은 일자리가 필요했다. 이 시기 미국연구개발기업(ARDC)은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최초의 현대적 벤처캐피탈(VC)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일시적 일자리 창출을 넘어 혁신적인 기술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한국도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들의 연쇄부도로 대량실업 사태를 겪었다. 김대중정부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기술보증기금 및 신용보증기금의 지원확대 등 파격적인 정책을 통해 IT(정보기술)벤처 생태계를 조성했다. 그 결과 혁신적인 벤처기업들이 등장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국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AI 시대인 지금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현재의 AI 기술발전은 과거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뉴딜, 벤처캐피탈, 벤처육성 모델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AI 뉴딜'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AI산업의 핵심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먼저 정부 주도 AI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AI모델 개발에 필수인 AI칩, 클라우드 등 대규모 연산자원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민간기업과 연구기관에 개방해 혁신을 위한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출자펀드를 조성해 AI 기술스타트업에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민간 벤처캐피탈의 투자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AI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재교육 및 직무전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AI 기술활용 능력을 높이는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빅테크와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빅테크들이 장악한 범용 AI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대신 국가 고유의 데이터와 규제가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 국민 의료보험 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의료데이터는 글로벌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독점적 자산이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버린 AI를 구축하면 국민 건강증진은 물론 새로운 의료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우리만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AI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위협이자 동시에 인류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도구다. AI 뉴딜은 이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21세기의 시대적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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