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블록체인 자본시장 전쟁서 한국의 대응 전략

소윤권 엔버스 대표
2025.09.19 02:05
소윤권 엔버스 대표.

미국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자본시장의 새로운 패권을 구축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최근 미국 자본시장은 토큰화한 주식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전 세계 투자자에게 24시간, 국경 없는 거래환경을 제공한다. 나스닥과 같은 전통 금융기관은 이미 규제당국에 토큰화 증권의 거래승인을 요청하며 제도권 편입을 본격화했고 대형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실시간 청산·결제를 지원해 투자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흐름의 핵심축으로 단순한 결제수단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을 연결하는 허브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미국은 블록체인 인프라와 규범을 선점하면서 국제 자본시장에서 또 다른 차원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자본시장 구조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 토큰화 자산이 보편화하고 스테이블코인이 국제결제와 자산거래에 깊숙이 들어오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점차 미국이 주도하는 플랫폼과 규제체계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금융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째, 통화와 결제주권이 약화할 수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은 점차 달러 온체인 결제에 종속되고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는 축소될 위험이 있다. 둘째, 자본시장 인프라의 종속 우려다. 토큰발행·거래·청산 및 결제인프라가 미국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의존하면 국내 자산의 가치형성 과정조차 해외규범과 기술구조에 좌우될 수 있다. 셋째, 금융안정 리스크다. 온체인 거래가 기존 규제와 감독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예기치 못한 자금세탁, 불투명한 담보운용, 대규모 자본 유출입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블록체인 기반 자본시장 패권화에 대비하기 위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적 인프라와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오라클과 검증체계를 국내에 구축해 온체인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하고 국제표준화 논의에 적극 참여해 규범설계 과정에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 둘째, 법·제도를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 토큰화 증권의 권리구조, 배당 및 의결권 문제, 세제적용, 예탁·수탁체계를 명확히 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준비금 규제, 지급·환매의무 등을 포함한 제도적 틀을 확립해야 한다. 셋째, 국내 허브형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증권사, 신탁사, 은행, 블록체인기업이 협력하는 RWA(실물자산토큰화) 허브를 설립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거래환경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국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이 실제 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 넷째, 규제와 감독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방지, 사용자 보호,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과도한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의존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협력과 네트워크 확대가 중요하다.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과 규제조화를 추진하고 국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상호인증 및 정보공유 체계를 통해 글로벌 시장과 호환성을 높여야 한다.

결국 블록체인 기반 자본시장은 선택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누가 규범을 선점하고 인프라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수십 년 동안의 금융질서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과 RWA를 통해 디지털금융 패권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지금 이를 방관한다면 한국의 통화·금융주권은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내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공공·민간이 함께 인프라와 생태계를 구축하며 국제규범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는 자본시장 주권을 지켜내는 동시에 글로벌 혁신의 과실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대응이 한국 금융의 10년, 나아가 금융주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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