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이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간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산자락마다, 마을 주변마다, 도심 건물 옥상마다 크고 작은 패널이 들어서는 광경을 두고 사람들은 불편해하거나 심지어 혐오감을 드러내곤 한다. 언론은 난개발이라는 표현을 쓰고, 지자체는 인허가 장벽을 높이려 한다. 그러나 나는 이 풍경을 오히려 고맙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재생에너지라는 기술의 본질이자, 우리 사회가 어쩔 수 없이 걸어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의 핵심은 3D, 즉 탈탄소화(Decarbonization),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다. 그 가운데 탈중앙화야말로 지금의 논쟁을 풀어내는 열쇠다. 화석연료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처럼 거대한 발전소 몇 개가 국가 전력망을 책임지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는 작은 규모의 발전소 수천, 수만 개가 곳곳에 흩어져 전력을 공급하는 체계가 지배적이 될 수밖에 없다. 태양광이 도처에 설치되는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필연이다.
우리나라의 지형과 조건을 살펴보면 더 분명하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평평하고 광활한 땅이 많지 않고, 산지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기에는 부지 자체가 협소하고 민원 부담도 크다. 그래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대형 프로젝트보다 중소형 사업 위주로 발전해왔다. 실제로 2025년 9월 기준 우리나라 태양광 누적 설비 용량은 약 28.5GW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95% 이상이 중소형 사업에서 나왔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형, 중형, 소형 발전소가 고르게 분포하는 반면, 한국은 극단적으로 분산된 구조를 가진 셈이다. 이는 산업의 실패가 아니라 지리적·사회적 조건에 충실한 결과다.
대형 태양광 사업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인허가 과정의 민원 리스크다. 지자체는 주민과의 갈등 해결 책임을 사실상 사업자에게 떠넘기며 '민원을 모두 정리해 오라'는 식으로 대응한다. 당연히 주민 반대는 커지고, 대형 사업은 추진 단계에서 발목이 잡히기 일쑤다. 그 사이 크고 작은 중소형 사업들이 전국 곳곳에서 꾸준히 늘어나 우리나라 태양광 설비용량을 지금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두고 '우후죽순'이라 비난하는 것은, 정작 전환의 주역들에게 감사해야 할 자리에 조롱을 던지는 셈이다.
물론 중소형 사업 가운데 일부는 부실시공이나 분양 사기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산사태 뉴스가 보도되면 마치 중소형 태양광 전체가 위험한 것처럼 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 몇몇 전세사기가 있었다고 해서 국내 건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빌딩을 모두 부정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건전한 중소형 태양광 사업자들이 한국 재생에너지 전환을 떠받쳐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기조를 보면 '균형 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중소형 사업 장려책을 축소하고 대형 프로젝트에 정책의 무게를 싣는 모습이 보인다.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빠르게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 대형 사업 위주의 성과주의적 접근이 그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야 한다. 한국에서 대형 사업이 자리 잡지 못한 이유가 정책 지원 부족 때문이었는가, 아니면 애초부터 우리 환경이 중소형에 더 적합했기 때문인가. 논리적 근거가 빈약한 '균형'이라는 구호 아래 정책 자원을 잘못 배분한다면, 결승선을 향해 달려야 할 선수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뛰는 꼴이 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정부와 공기업이 직접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나서려는 움직임이다. 최근 여러 곳에서 공기업 주도의 초대형 태양광·풍력 프로젝트 계획이 포착된다. 그러나 정부와 공기업은 심판이자 경기장 관리자의 역할이지, 선수로 뛰어드는 당사자가 아니다. 공공이 해야 할 일은 송배전망 확충, 계통 안정, 제도 설계 같은 기반 조성이지, 민간과 경쟁하듯 발전소를 짓는 일이 아니다.
태양광의 우후죽순은 결코 부끄러운 난립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분산형 에너지 체제로 옮겨가는 길목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풍경이며, 그 덕분에 우리는 28GW가 넘는 설비 용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중소형 사업을 향한 불신을 거두고, 그들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태양광 패널이 산비탈에, 옥상에, 들판에 촘촘히 들어서는 모습은 한국형 에너지 전환의 실루엣이다. 그 모습이 어색해 보인다면 우리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 그것은 난립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정상적인 궤도다. 언젠가 역사가 기록할 이 시대의 장면 속에서 우리는 우후죽순 태양광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것을 감사히 여기며 더 나은 시스템으로 다듬어 가야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