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대기업 투자의 성공 방정식

기성훈 기자
2025.11.24 04: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책임의식'

최근 만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수백조 원대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했다. 4대 그룹이 공언한 국내 투자 규모만 800조원이 넘는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국내 '산업지형 재편'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대한민국의 실물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의 주요 투자 방향은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배터리, 로봇 등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조성에 맞춰져 있다. 국내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질적 도약'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들게 한다.

이번 발표는 한미 관세·안보협상 협상 타결 이후 자칫 국내 투자와 생산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려는 '메시지'도 담겼다. 실제 이 대통령은 총수들과 만나 "비슷한 조건이라면 되도록 국내 투자에 지금보다 좀 더 마음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행력이다. 이 대통령도 "규제 완화, 해제, 철폐 중 가능한 것이 어떤 것이 있을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시면 제가 신속하게 정리해 나갈 것"이라며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가파른 원화 약세에 기업들은 환율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관세전쟁과 중국발 저가 공세, 내수침체가 겹치며 철강·석유화학 업종은 위기에 내몰린 지 오래다.

특히 대기업 규제와 노조 리스크 등 근본적인 경영환경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 경영계는 최근 첨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혁신 과제 총 238건을 발굴해 정부에 건의했다. 로봇 전담 컨트롤타워 설립, AI 연구개발 분야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이 대표 사례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전조치다.

경제 관련 법안 처리도 시급하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보완 입법, 유연근무제 확대, 배임죄 개선,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을 경영계는 요구한다. 법정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호소가 반복되고 있다.

기업 규제 완화는 기업 투자에 대한 전제나 거래조건이 아니다. 기업의 발목을 잡고 투자 의지를 꺾는 정책 엇박자 조율은 꼭 필요하다. 투자와 고용, 나아가 소비까지도 결국 기업 활동에 달려 있다. 기업이 활력을 되찾아야 일자리 창출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이번 투자 계획은 기업과 정부 간 신뢰와 협력이 본격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신호탄이다. 정부는 입법과 정책 실행에서 기업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투자·고용이 실현되는 생태계를 확보해야 한다.

재계의 '통 큰 투자 선언'이 후속 실행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때, 대한민국 경제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일 잘하는 기업, 도와주는 정부, 뒷받침하는 국회'야말로 지금 우리 경제 생태계의 최적 공식이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규제 혁신과 입법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