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학연구원에 '산업AI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 센터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제조 분야에 적용해 혁신을 선도하고 실무형 연구로 학문적 성과와 산업 현장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확산해 산업 전반의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핵심 미션으로 삼고 있다.
제조업은 대한민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분야지만 기초 기술과 저렴한 인건비로 무장한 다른 국가들의 도전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제조업에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기술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여러 기업과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면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도구는 아니다.
진짜 효과가 나는 지점은 명확하다. 사람이 위험해서 하지 못하는 일, 사람이 하지만 정확도가 낮은 일, 사람이 하면 너무 느려 일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AI는 바로 이 세 가지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제조기업이 AI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첫째, 전 직원의 데이터·AI 리터러시 교육이다. 식당에서 좋은 주문을 하려면 최소한의 요리 지식이 필요하듯 제조 현장에서도 직원이 AI의 기본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AI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데이터다. 기업마다, 심지어 같은 회사의 공정·라인마다 데이터의 형태와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현재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누락된 정보는 없는지, 어떤 정비가 필요한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셋째, 리더의 사고방식 변화가 필요하다. "불량률 5%는 문제 아니다. 원래 이 정도 나온다"는 식의 문제 무감각, "경쟁사도 마찬가지다"라는 비교 불능, 충분한 데이터가 있어도 활용할 생각을 못 하는 데이터 미활용, 오래된 방식만 고집하는 관성의 지배는 AI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결국 제조업의 AI 혁신은 기술 이전에 사람, 데이터, 문화의 문제다. 이 세 가지 기반을 갖춘 기업만이 AI의 성과를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최근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추진한 AX사업은 이러한 AI 혁신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AX란 'AI Transformation'의 약자로, AI를 통해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전반적인 업무 방식, 비즈니스 모델, 서비스 등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업의 핵심은 '트리오 연결'에 있다. 스타트업 AI 기술 공급기업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수요 기업을 연결하고, 중간에서 양측의 소통을 도와줄 수 있는 현장 기술개발 경험이 풍부한 대학 교수 및 전문연구인력이 협력하는 구조다. 현재 20개 팀이 열심히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그 성과가 기대된다.
내년에도, 그 다음에도 이러한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11월 말 출범하는 서울시 '산업AX혁신센터'에도 큰 기대를 갖는다.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서울시가 함께 만들어가는 AI 기반 제조 혁신의 여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AI 시대, 제조업의 미래는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이 함께 이루어질 때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