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 13일까지 위약금 면제를 마감했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이 조치는 시행 열흘 만에 18만2898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지난해 7월 SK텔레콤(SKT)이 10일간 위약금 면제를 시행한 때(16만6441명 이탈)와 비교하면 1만6457명 많은 수치다. 숫자만 보면 큰 차이가 아닐 수 있지만 이탈의 배경과 속도를 들여다보면 KT 상황이 더 심각하다.
KT의 이탈은 준비된 탈출이었다. 지난해 9월 대규모 해킹사고 이후에도 가입자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동을 막는 장벽인 위약금, 결합상품, 멤버십 혜택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SKT 사고 당시 이동할 고객군이 상당부분 이미 이동해 '잔여 이동수요'가 크지 않던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위약금 면제' 카드만큼은 끝까지 움켜쥐고 있던 KT가 결국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밀려 족쇄를 푼 순간 소비자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해킹 당시 쌓여 있던 불신과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다.
단순히 '더 많이 떠났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왜 떠났는가'가 핵심이다. 피해규모만 보면 SKT의 해킹건수가 2696만건으로 KT(2만2000여건)를 압도한다. 하지만 KT는 368명의 금전피해가 발생했다. 펨토셀(소형 기지국) 관리부실로 통화·문자유출 가능성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 SKT와는 성격이 다른 더 직접적이고 민감한 피해다.
게다가 지난해 8월 '프랙보고서'에서 언급된 인증서 유출과 관련, KT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당 서버를 폐기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며칠에 걸쳐 나눠 폐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고대응마저 불투명하고 무책임했던 것이다.
결국 KT가 마주한 진짜 위기는 보상비용이나 재정적 손실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다. 소비자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단순한 해킹사고가 아니라 그 이후의 무책임한 태도였다. 안일한 대응, 늦은 사과, 형식적인 사후조치는 고객을 조용히 떠나게 만들었고 이번 위약금 면제는 그들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든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
KT는 이제 단순한 가입자수 회복이 아니라 브랜드와 신뢰의 회복이라는 더 근본적인 과제 앞에 섰다. 남은 고객에게 '떠나지 않을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다음 이탈은 더 조용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