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월세난, 눈감을 때 아니다

머니투데이
2026.04.21 04:00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23일 서울 노원구 한 부동산에 전월세 임대 매물 대신 매매 매물 정보만 가득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3% 올라 전주(0.12%)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1.30%로 지난해 같은 기간(0.21%)의 6배를 웃돌았다. 2026.3.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 아파트 전월세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45.4% 급감했다. 월세(반전세) 물건 역시 24.9% 감소했다. 매물이 귀하다 보니 집세는 가파르게 오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북지역 아파트 단지도 올들어 전셋값이 1억원 이상 오른 곳이 속출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152만8000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게 서민 가구의 현실이다.

정부가 주택 매매수요를 억제하는 데 정책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부작용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 허가제, 다주택자 규제 등 실거주 중심 정책으로 임대 시장에서 공급이 감소했다. 보유세 부담 증가, 전세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공공임대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서울의 경우 올해 건설공공임대 입주 물량은 행복주택 219가구가 전부다.

전월세난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 크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올해 서울 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작년보다 40% 이상 감소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물량이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또는 폐지가 현실화하면 양도세 부담 때문에 주택을 실거주·보유하려는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려 할 경우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규제 위주의 이른바 '토끼몰이식' 주택 정책은 주거 불안을 심화시켜 부동산 정책 실패를 불러올 수 있음은 과거 정권에서 여러 차례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전세는 소멸하고, 월세 부담은 커지고, 주거 이동은 막히는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주택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은 분리돼 있지 않고 연결돼 있다. 주택 공급 확대 없이는 매매시장 정상화도, 임대시장 안정도 요원하다. 시장은 공급과 수요를 균형 있게 고려한 정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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