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의 수출 중심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그곳에는 방대한 내수 시장과 막대한 시장 자본이 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업계가 중국향 기술수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회보단 우려에 가깝다. 미국·유럽 기업과 계약할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과 최근까지 중국 기업과의 기술이전 소식이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을 이끄는 사례도 빈번했다. 바이오 산업 영역에선 중국이 미국·유럽의 차선책으로조차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같은 시각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 든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차세대 항암신약으로 부상한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선 한국을 앞지른 지 오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른 첨단 분야에서의 존재감 역시 두드러진다.
달라진 중국 바이오 위상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공격적 기술자산 도입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는 중국이 더이상 단순한 생산기지 또는 판매시장이 아닐 뿐 아니라 혁신 기술 공급처로 부상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감지된다. 최근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중국 기술수출을 우선 추진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먼저 기술력과 사업성을 입증한 뒤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는 전략 역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두권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 역시 최근 첫 해외 연구거점을 중국에 마련했다. 달라진 눈높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중국을 둘러싼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하고, 규제 환경 변화도 변수다. 데이터 신뢰성과 기술 경쟁력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다만 과거 인식과 편견에 사로잡혀선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세계 무대에서 추격자 입장인 국내 기업들이라면 더욱 지양해야 하는 태도다. 중요한 것은 중국 바이오의 위상 변화만이 아니다.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과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