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윤학]투자자들은 말한다, 이번에는 다르다?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026.07.15 02:00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중국에는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이라는 말이 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를 세대교체의 비유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구절을 보면 더 깊은 뜻이 있다. 앞물결은 모래사장에서 사라지고, 뒷물결도 머지않아 같은 운명을 맞는다. 주인공은 물결이 아니라, 쉼 없이 흐르는 강이다.

투자세계에서는 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새로운 산업이 탄생한다. 증기기관은 자동차와 전기로, 전기는 인터넷으로, 인터넷은 인공지능으로 이어졌다. 주인공은 바뀌지만 자본시장의 강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강물은 바뀌어도 그 강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리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는 사실이다.

월가에서는 시장을 하루의 시간흐름에 비유한 투자시계(Investment Clock) 로 이야기한다. 탐욕을 나타내는 정오(12시)는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고 세상은 가장 밝아 보인다. 기업실적은 좋고, 새로운 기술은 미래를 약속하며, 증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다. 위험은 사라진 듯 보인다. 바로 그 순간 어김없이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라는 말이 등장한다.

투자의 역사에서 이 문장은 수없이 등장해왔다. 1920년대 후반, 자동차와 전기가 세상을 영원히 바꿀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후 찾아온 대공황은 미국 증시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2000년에는 인터넷이 기존의 기업가치 평가를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 했지만, IT버블의 붕괴가 기다리고 있었다. 2008년에는 미국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오히려 금융시장을 붕괴시켰다. 기술은 늘 새로웠지만, 그 기술을 대하는 인간의 감정은 늘 비슷했다.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이를 '금융기억의 극단적 단기성' 이라고 불렀다. 그는 금융시장의 기억은 길어야 20년이라고 말했다. 한 세대가 지나면 위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시장의 중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는 과거의 실패를 역사 속의 한 장면 정도로 받아들인다.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확신은 커지고, 확신은 다시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을 낳는다.

하이먼 민스키는 오래된 안정은 사람들에게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다고 했다. 부채는 늘어나고 레버리지는 높아지며, 결국 시장은 자산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 위에서 균형을 유지한다. 위기는 거대한 충격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충격도 견디지 못할 만큼 시스템이 취약해졌을 때 온다고 했다.

가치투자의 거장 하워드 막스는 시장을 '시계추'에 비유했다. 투자심리는 탐욕과 공포, 낙관과 비관 사이를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시계추가 중앙의 균형점에서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양 극단까지 흔들린다. 그래서 그는 "위험은 사람들이 위험이 낮다고 생각할 때 가장 높다"고 말했다. 시장의 위험은 가격이 아니라 심리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장강(長江)은 언제나 쉼 없이 흐른다. 투자시계도 다시 정오를 향해 돌고, 시계추도 탐욕과 공포 사이를 오간다. 바뀌는 것은 기술이고 산업이며 기업이다. 그러나 바뀌지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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