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패권 경쟁의 승부처가 모델 성능뿐만 아니라 개발자와 기업을 끌어들이는 생태계 장악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더 많은 국가의 개발자와 기업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전략인가. 미국이 막대한 자본으로 폐쇄형 모델과 유료 API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면, 중국은 모델 공개라는 오픈 웨이트 전략으로 개발자와 기업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규제로 고성능 GPU 확보가 어려운 중국으로선 이른바 모델 가중치를 개방해 전 세계 개발자와 기업을 끌어들여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의 오픈웨이트 전략은 한 마디로 성공적이란 평가다. 딥시크 V3·R1, 알리바바 큐원3, 미니맥스 M1에 이어 2026년 7월에는 문샷 AI의 키미 K3 등 경쟁력 있는 AI모델들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 HAI는 2025년 12월 보고서에서 허깅페이스 기준 오픈소스 성능 상위 25개 중 22개가 중국 5개 연구소 모델이라고 밝혔다.
성공 요인은 뭘까. 우선 정부·대학·기업이 모델과 데이터, 연구 성과를 공공재로 구축, 공동 생태계를 조성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개발비와 기술 검증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현장 데이터와 성과를 모델 개선에 활용하는 선순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저렴한 학습비용으로 개방성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단 점도 요인 중 하나다. 딥시크와 알리바바 큐원3 등은 모델을 공개해, 기업들이 쉽게 도입하고 업무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적이다. 그 결과 모델의 도입·운용 비용이 낮아지면서 이를 활용하는 기업도 빠르게 늘어났다.
AI 반도체용 소프트웨어와 개발도구를 개방해서, 자국산 반도체의 활용 문턱을 낮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알리바바와 화웨이는 AI 모델·클라우드·반도체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해 개발자가 중국산 반도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엔비디아 중심 생태계에 맞불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오픈웨이트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게 되면 기술표준과 응용서비스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 저가·고성능 중국 모델은 미국 AI의 폐쇄형 수익모델과 고가 API에 갈수록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최고 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엔 중국 모델을 서버에 설치하거나 용도별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AI 이용료 하락은 반도체 수요를 더욱 키울 수 있다. 모델 효율이 높아지면 작업당 GPU 사용량은 줄지만, 자동차·로봇·공장·스마트폰·금융 등 다양한 산업으로 AI 활용이 넓어지면 총연산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이에 따라 추론용 반도체와 HBM,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중국산 AI 반도체와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이 오픈소스라고 부르는 모델 대부분은 코드와 학습데이터를 공개하는 완전 오픈소스라기보다 가중치만 공개하는 오픈웨이트라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중국의 개방형 AI를 국가안보와 기술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반도체와 클라우드, 모델 접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기업별 초거대모델 개발에 집중하기보다 개방형 모델 생태계와 반도체 경쟁력을 함께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대학·연구소·AI 벤처가 공동으로 사용할 연산자원과 한국어·산업 데이터를 구축하고, 각 산업의 전문모델을 육성해야 한다. 범용 기반 기술은 공동으로 활용하되, 핵심 산업 데이터와 고부가가치 응용 기술은 국내에 축적하는 선택적 개방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AI 시대의 진짜 승자는 모델을 만드는 자가 아니라 생태계를 제어하는 자가 될 거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