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3연임 금지가 금융지배구조 선진화? 번지수 틀렸다.

[광화문]3연임 금지가 금융지배구조 선진화? 번지수 틀렸다.

김진형 금융부장
2026.08.05 05: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연임횟수가 아니라 왜곡된 지배구조가 문제
민간 회사 CEO 임기 정부가 결정하나
존경받고 능력있는 회장, 일할 기회 줘야

3연임까지 했던 한 금융지주 회장은 사석에서 '금융 CEO(최고경영자)가 3연임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대통령 선거 때문'이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3연임 과정에서 한번은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자리를 내놔야 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권이 바뀌고 금융그룹 회장이 바뀐 사례를 우리는 기억한다. 그럼에도 3연임까지 한 CEO들은 금융사(史)에 큰 족적을 남겼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등은 현재 금융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정받는 CEO들이다.

앞으로 금융권에서 이런 CEO를 볼 수 없게 될 것 같다.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금융지배구조 개선안에 결국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금지'를 포함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당국은 연임과 3연임의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선에서 대책을 마련했지만 청와대가 '3연임 금지'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출되지만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사실상 결정한다. 금융당국은 CEO가 자신을 뽑아줄 사외이사들을 이사회에 심고 그 이사들이 모여 CEO의 연임을 결정하는 '셀프연임' 관행을 비판해 왔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당연히 깨야 한다.

하지만 CEO의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이 구조를 깨는 대책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 연임까지는 CEO와 이사회가 한통속으로 움직여도 되지만 3연임은 봐줄수 없다는 뜻인가. 문제는 왜곡된 지배구조이지 CEO의 연임 횟수가 아니다. 단 한차례 임기만에 그룹 전체를 망가뜨렸던 CEO도 있었다.

민간회사 CEO 임기를 정부가 정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금융당국 스스로 밝혔듯이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는 없다. 한 여당 의원은 "그 나라는 보완장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임기 제한을 옹호하지만 해외는 보완장치로 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왜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달로 예고됐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여당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회에서 "오죽했으면" 법으로 금지하자는 논의가 나오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지만 "오죽했으면" 여당에서도 반대의견이 나올까도 생각해봐야 한다.

금융지배구조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작년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무슨 은행에 행장을 뽑는다는데 '누구는 나쁜 사람이다',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투서가 쏟아진다"며 "똑같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이너서클을 만들어 10년, 20년씩 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투서가 쏟아지는 '나쁜 사람'이 금융 CEO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해야 할 것은 나쁜 CEO가 이사회와 결탁해 장기 집권하는 것을 막을 제도를 만드는 것이지, 누구는 더이상 경영하면 안된다고 판단하는게 아니다. 3연임 금지가 관철되면 현직 금융그룹 회장들은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3년 후에 다 물러나야 한다. 3~4명의 금융그룹 회장이 다 바뀌는 엄청난 큰 장(場)이 열리는 셈이다. 3연임을 금지시켰으니 그때 대통령에겐 투서가 쏟아지지 않을까. 아마 지금보다 더 많은 투서가 쏟아질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런 말도 했다. "도덕적이고 유능해서 금융그룹을 잘 운영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도덕적이고 유능한 CEO가 일을 더 할 수 있는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한 대책일 수는 없다. 더이상 제2의 라응찬, 김승유, 윤종규 같은 CEO가 나올 수 없도록 하는게 진정 지배구조 선진화인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