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설계사 수수료는 계속될 수 없다 [MT시평/이병건]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
2026.09.14 02:00

"그 정도 깎아줘가꼬 고객한테 돈이 됩니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 회장 캐릭터를 패러디한 어느 온라인유통사의 '한가위 빅세일' 캠페인 광고 멘트다. 그만큼 할인폭이 압도적이라는 과장인데, 그래도 밑지고 팔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과당경쟁을 막으려는 감독당국의 노력이 현실화하고 있음에도 보험사들이 앞다퉈 우회로를 찾아 더 많이 주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정도 퍼줘가꼬 GA(법인보험대리점)한테 돈이 됩니까?"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객도 아닌 유통채널에 더 많이 주는 목적과 명분이 고객서비스'마진'을 더 많이 확보하고 회사 운영에 필요한 외형을 더 키우기 위해서라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본질적으로 푸쉬영업 속성이 있는 보험업의 특성상, 고객 접점인 판매채널에 지급되는 모집수수료는 늘 주시의 대상이었다. 보험사와 판매채널 간에 팽팽하게 유지되던 힘의 균형이 IFRS17으로 회계기준이 변경된 2023년부터 급격히 판매채널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미실현이익을 앞당겨 인식하는 IFRS17의 구조도 영향을 미쳤지만, 경직적으로 이루어지던 비용집행에 대한 통제가 신제도 하에서 상당부분 느슨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원래는 신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전환이익을 처리하기 위해 도입된 해약환급금준비금이라는 낯선 제도가 신계약비 과다 지출을 막는 수단으로 잔존하고 있다는 점이 현 상황을 잘 대변해 준다.

지난 7월부터 보험모집 첫 해의 신계약비 지급액을 월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1200%룰이 GA 설계사로까지 확대 시행된 것은 주로 GA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과도한 신계약비 집행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였다. 내년 1월부터는 2차년도 이후 지급 수당에 대해 4년 분급이 의무화하고 신계약비와 유지관리수수료에 대한 총량규제도 시행된다. 이렇게 촘촘한 규제가 도입됨에도 비용 재분류와 항목 신설 등을 통해 규제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감독당국은 6월 'GA설계사 1200%룰 관련 FAQ'를 배포한데 이어 정착지원금과 대여금, 교육비, 해약환급금 합산 등 세부 항목에 대한 적용기준을 추가로 제시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9월 들어서는 대형보험사 임원들을 소집해 경쟁적으로 규제를 피하려는 행태를 문제삼았다고 한다.

판매채널 역할의 중요성은 당연히 매우 크다. 하지만 상품 설계 시 예정된 것보다 과도하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결국 회사의 마진에서 나오며, 그래서 과도한 비용 집행은 굳이 주주가치까지 가기도 전에 회사의 재무적 건전성을 침해한다. 수십 년에 달하는 보험계약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보장을 제공하는 보험사의 특성상, 적정이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은 보험계약자에게도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

최근 발표된 보험사 '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을 보면, 일부일지라도 적정이익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의 주된 관심은 외형 쪽에 맞춰진 것 같다. 과도한 비용지불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 당장 누구에겐가는 돈이 되겠지만, 그 누구는 고객도 보험사도 주주도 아니다.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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