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물어봐도 되나? 괜히 이상한 취급 받을 것 같아…."
대학과 기업의 가교 역할을 위해 '모두다인재'는 지난해부터 '대신가는 채용설명회'라는 시리즈 기사를 기획했다. 덕분에 기업 채용설명회를 자주 가게 되는데 현장에서 연봉 묻기를 주저하는 학생들을 자주 본다. 채용설명회의 뒷자리에 앉아 있으면 취업준비생들이 진정으로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연봉, 모집 인원 등 구체적인 숫자 정보다.
현장 기사가 쌓일수록 느끼는 것은 채용설명회를 헛으로 하는 회사가 많다는 것이다. 지원자에게는 부모의 직업, 가족의 학력 등을 당연한 듯 요구하면서 정작 필수적인 채용 정보 공개는 거부하는 곳이 많다. 채용설명회에서 용기를 갖고 연봉을 물어도 "그런 점 때문에 회사를 지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날선 말을 던진다. 당연히 질문자는 상처를 입고, 죄 지은 얼굴을 한다. 당당히 요구해도 될 질문인 데도 말이다.
최근 현대차의 채용설명회에서 이 문제를 더 크게 인식하게 됐다. 설명회는 감동적인 영상으로 그럴 듯하게 꾸며졌지만, 정작 실질적인 채용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 SK 등도 연봉 공개에는 소극적이나 적어도 모집 규모는 00명, 000명 선으로 공개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 마저도 하지 않았고, 지원자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결국 한 지원자가 모집 인원을 질문했지만, 역시나 돌아온 답변은 "채용 인원에 신경 쓰기보다 직무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도움 될 것"이라는 위로조차 되지 않는 말이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 중에 "연봉, 모집규모를 공개하는 기업은 없다"고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들이 꽤 있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 두산, 롯데, 효성, 대림, LS 등 많은 기업이 채용설명회에서 연봉 등 채용정보를 공개했다. 올해는 채용 시즌 초반인데도 벌써 현대중공업, BGF리테일 등이 정보공개에 나섰다.
몇몇 기업은 채용설명회를 왜 하는지에 대한 본질을 잊고 있는 듯하다. 학교로 찾아갈 만큼 열의가 있다면 최소한의 채용정보는 들고 가는 것이 맞다. "뭐든지 편하게 물어 보세요"라고 해놓고 정작 물어보면 "뭐 그런 걸 물어"라고 답하는 기업들. 최근 한 프랑스인이 한국의 기업문화를 비판한 책의 제목을 '그들은 미쳤다, 한국인들'이라고 정한 게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