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가운데 서울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업을 받는 수영장에 배치돼야 할 구조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안전교육이 되레 학생들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유용 서울시의원(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6 수영장 운영학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관내 학교가 운영하는 수영장 51곳(직영·위탁) 중 인명구조자격 보유 강사를 한명도 배치하지 않은 학교는 공립 A초등학교와 사립 B초등학교, C고등학교 3곳이나 됐다. 시교육청이 관내 운영 수영장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초등학교는 시교육청으로부터 2014년부터 매년 1억여원의 수영 교육 예산을 받아왔으며 이 돈으로 모 스포츠센터에 위탁을 주고 있다. 이 스포츠센터를 이용하는 학생 수는 일별로 25명, 월별로 560명에 달한다. B초등학교, C고등학교는 학교법인이 지은 수영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해당 학교 재학생들은 구조인력이 준비되지 않은 학교 수영장에서 의무적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셈이다.
인명구조요원이 관리할 학생이 너무 많아 실질적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수영장도 많았다. 51곳의 학교 수영장 중 인명구조 자격증 보유자가 5명 미만인 곳은 12곳(23.5%)에 달했다.
수영장을 D업체에 위탁운영하는 E초등학교는 수영장 일별 학생 이용객이 60명(월별 1800명)이지만 인명구조자격증 보유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인명구조자격증 강사가 3명인 F초등학교는 일별 수업 이용 학생 수가 112명이었다. 구조인력 1명이 30~40명 학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셈이다.
수영장 안전이 이처럼 부실하게 관리되는 원인으로는 시교육청의 허술한 매뉴얼이 가장 먼저 꼽힌다. 시교육청이 지난 2014년 배포한 학교수영운영관리 매뉴얼에는 구조 인력 확보에 대한 문구가 전혀 없다. 대신 '수영장 안전관리 계획 수립 시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수영장 강사와 수상안전요원은 회원 입장 전에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등의 원론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예산·인력 부족에 따른 위탁운영 남발 등도 문제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학교가 지난 3년간 운영해 온 수영장 51곳 중 42곳(82.3%)은 위탁운영되고 있다. 이들 중 지난해 만족도 조사를 한 학교는 고작 9곳에 불과했다. 학교가 예산·인력부족을 빌미로 위탁을 맡긴 후에는 수영 수업 관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학교별 위탁금액은 최대 4억원을 넘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42개 위탁운영 수영장 중 위탁금액이 가장 큰 G초등학교는 4억4659만원을 위탁업체에 주고 있었다. G초등학교의 수영장 만족도 조사 결과는 68%밖에 되지 않았다.
유용 서울시의원은 "수영 수업에서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교육부가 안전 예산을 확보·교부해 관련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자료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A초등학교의 인명구조 자격증 보유자가 0명으로 표기된 것은 단순 오타이며 B초등학교는 수영 수업이 있을 때만 한시적으로 강사를 채용하기 때문에 수치에서 제외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C고등학교는 체육교사 3명이 모두 인명구조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데 '강사'라는 표현 때문에 통계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