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교과서 심의위원' 자격 논란…"교육 중립원칙 훼손"

최민지 기자
2017.02.03 04:40

강규형 교수 부친, 유신시절 보안사령관 등 지내…학계 "자격없다"

이영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공개 및 2015 개정 역사과정에 따른 검정도서 집필기준 발표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논란이 되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용어를 검정교과서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발표 이후 1년여 만에 베일을 벗은 편찬심의위원들이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심의위원회를 이끈 편찬심의위원장부터 역사학 전공자가 아닌 데다 심의위원 가운데 한 명은 부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 밑에서 육군 보안사령관으로 일한 전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중·고교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위원은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위원장)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성규 서울대 명예교수 △허동현 경희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 △정한숙 옥천여중 수석교사 △윤춘옥 인천예일고 교사 △김명철 서경중학교 교감 △황선경 명덕여고 교사 △이철문 학부모 △김동순 학부모 등 12명이다. 이 가운데 이성규 교수는 교육부가 국·검정교과서 혼용 방침을 발표할 때 곧바로 사퇴했다.

편찬위원장인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과 김호섭 이사장은 엄밀히 따지면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다. 둘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익명을 요구한 역사학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장과 김 이사장 모두 전·현직 역사연구기관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정치학자"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도 "역사학계에서 활동한 적이 없어 전문가가 맡아야 할 한국사 교과서 심의위원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은 편향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허동현 경희대(국제캠퍼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강규형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이다.

특히 강 교수는 부친이 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 중앙정보부 기획조정실장과 육군보안사령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던 고(故) 강창성(1927~2006) 전 국회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 교수는 언론을 통해 "산업화를 이룩한 박정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했다는 것 만큼은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과 세계인이 인정한다" 등으로 표현하며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편찬심의위원의 구성에 반발하고 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대표)는 "집필자들이 쓴 내용을 고치고 더하고 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심의위원"이라며 "결과적으로 뉴라이트 집필자들이 쓴 책을 뉴라이트 인사들이 심의해 교과서 내용이 한 쪽으로 쏠렸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교육부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비판했는데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오히려 교육의 중립원칙이 더 지켜지지 않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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