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1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4층 회의실. '3차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앞두고 회의장은 몹시 어수선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공개로, 회의 시작 1시간 전에 장소도 갑자기 바뀐 탓도 있지만 이날 행사 자체가 원활히 진행될 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논의 안건은 유치원과 초중등교육 지방분권에 대한 특별법 제정안 추진계획이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전날 오후 6시쯤 회의 연기를 통보했다. 안건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김 장관은 이날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승환 시도교육감협의회장(전북교육감)은 이날 오전까지 회의 개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김 회장은 "예정된 회의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건 맞지 않다.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공동 의장인 김 장관과 김 회장 등이 모여 교육자치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지난해 8월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의 지방분권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그러나 그 이후 이렇다 할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회의장에 나타난 김 회장은 몹시 격앙된 표정이었다. 김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회의를 통해 안건은 논의하지만 결정은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적의원 14명 가운데 6명만 참석, 의결정족수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6개월이 지났지만, 교육부는 아무것도 한 것 없이 '개점휴업' 상태다. 과거 정권과 본질적 차이가 있기나 한가. 이게 정권인가"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회의에 참석한 당연직 의원들도 거들었다. 한 당연직 의원은 "학교에서 열리는 '학교운영위원회'도 회의를 연기할 땐 적어도 7일 전엔 미리 알려준다"고 했고, 또 다른 당연직 의원은 "일선 학교에서도 논의 결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회의 무산에 대해 교육부는 사죄하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회의 연기에 대한 과정·절차가 모두 무시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김현국 교육부 지방교육자치강화 부단장은 "회의 연기 절차가 원활하지 못해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부단장은 이후 해명성 발언을 장황하게 늘어놓다가 참석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날 회의를 보면서 '김상곤식' 업무스타일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지난해 7월5일 취임식에서 "교육부부터 가장 민주적이고 교육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던 그였다. 그는 그동안 잦은 입장 번복과 정책 혼선,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신의 지지세력인 시민·교원 단체는 이미 등을 돌렸고 진보교육감마저 잃게 됐다. 김 장관 역시 정치 논리에 휘말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내려온 역대 교육부 장관의 흑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