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포구 주민들이 제기한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입지결정고시 취소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이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 패소한 서울시가 제기한 항소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기각한 것이다. 마포에 신규 쓰레기 소각장을 짓겠다는 서울시 계획이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12일 서울시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9-3부(부장판사 김형배 김무신 김동원)는 이날 오후 2시 마포구 주민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취소소송'에서 서울시 측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인 마포주민들이 입지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주민 동의가 없었고 마포구와 주민들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소송은 서울시가 2023년 마포 자원회수시설 인근에 하루 1000t(톤) 규모 신규 광역소각시설을 짓겠다고 입지 결정을 고시한 것을 두고 지역 주민 1850여명이 절차적 위법을 주장하며 제기했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지난해 1월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에 하자가 있고, 입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연구기관 선정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절차적 하자로 인해 위법한 처분으로 취소 청구를 인용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시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광역시설 설치 권한이 시에 있다고 맞섰다. 공청회와 설명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입지 선정 공고 처분을 취소하면 생활폐기물 처리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다며 사정판결 가능성도 거론했다. 사정판결은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이를 취소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때 법원이 효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럼에도 법원은 마포구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판결로 마포구와 지역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이다. 마포구는 항소심 선고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은 서울시가 추진해 온 신규 소각장 입지결정 과정의 위법성과 추진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주민 수용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사법적 기준을 재차 제시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마포구는 서울시가 신규 소각장 설치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구민과 대응할 방침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공공성이 큰 쓰레기 정책일수록 적법성과 주민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는 항소심 판결 직후 "수도권 직매립금지 시행에 따른 혼란과 지역 간 갈등이 격화되는 위중한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며 상고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강남과 노원, 양천에서 계획 중인 소각장 현대화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서울시는 현재 운영 중인 4개 광역 공공 자원회수시설(강남·노원·마포·양천)을 단계적으로 손보는 '현대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관내 4곳의 광역 공공 자원회수시설 중 첫 현대화 사업 대상은 강남 자원회수시설이다.
시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하루 약 2905t(톤)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한다. 이 중 69.4%(2019t)만 시내 자원회수시설에서 처리한다. 올해부터 수도권에서는 종량제봉투째 매립이 금지됐다. 서울 관내 소각장에서 처리하지 못한 30.5%(889t)에 대해선 민간소각장을 이용하거나 재활용해야 한다. 2030년부턴 직매립 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2033년까지 생활 폐기물 전량을 관내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강남 자원회수시설은 가동한 지 23년이 넘었다. 2001년 말 준공돼 현재 강남을 포함한 성동·광진·동작·서초·송파·강동·관악 등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핵심 인프라로 운영돼 왔다. 하루 최대 900t(톤) 규모의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지만, 노후화로 정비 부담이 커지고 가동 효율이 떨어지면서 대규모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현재 가동률은 70% 선에 머무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현대화 방식으로 크게 △기존 부지 내에서 시설을 폐쇄한 뒤 새 시설을 짓는 '신설' 방식 △외형은 유지하되 설비를 전면 교체하는 '대보수' 방식 등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이번 현대화와 용량 확충은 중장기적인 도시 운영에 필수적이어서다. 신설안으로 확정될 경우 하루 처리용량은 현재 900t에서 1150t으로 약 28% 증가한다. 총사업비는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강남 주민들도 마포 소식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여러 차례 사전 협의 후 지난달 자원회수시설 현대화와 관련한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이병호 강남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은 "마포구의 신규 소각장 건설은 강남과 사안이 완전히 다르지만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마포에서는 이렇게 했는데 왜 우리는 용량을 늘리냐는 의견이 있고 주민들이 그런 주장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