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일하셨네요" 월 20만원...북에서 온 서울시민, 근속장려금 받는다

정세진 기자
2026.02.21 08:10

서울시, 지자체 최초 북한이탈주민 근속장려금 지급
북한이탈주민의 생계급여 수급률 28.7%…일반 시민 대비 10배-직장 생활 통해 한국사회 적응도와

지난해 7월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날 문화행사'에 마련된 전국하나센터협회 부스에 북한이탈주민들을 향한 응원 문구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1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지만 직장 동료들이 도와줘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인 홍모씨(46·여)는 서울 중랑구의 한 약국에서 6년째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기초 영어 단어를 모르는 홍씨를 위해 약국 직원들은 단어장을 만들어줬다. 홍씨는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도 단어장을 손에 놓지 않고 공부했다. 몇 곳의 약국을 거치면서 약국 종업원 경력은 어느새 10년을 넘겼다. 그는 "직장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도입한 근속장려금 지원사업을 올해 확대·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북한이탈주민 근속장려금은 1년 이상 업체에 근무 중인 북한이탈주민에게 장려금을 지원해 장기 근무를 유도하는 제도로 전국 지자체 중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했다. 장기 근속으로 경제력 자립을 확대할 뿐 아니라 직장 생활을 통해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효과도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지난해 말 기준 6296명이다. 국내 북한이탈주민의 약 20%가 서울에 산다. 북한이탈주민 대다수는 "수도에 살고 싶다"며 서울살이를 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 거주 북한이탈주민의 생계급여 수급률은 29.6%에 이른다. 서울시민 수급률(3.4%)보다 약 10배가량 높은 수치다.

서울살이를 위해선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의 평균 근속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북한이탈주민의 평균 근속기간은 40.9개월에 불과하다. 3~4년에 한 번 꼴로 직장을 옮기는 것이다. 국내 근로자 평균근속기간(78개월)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북한 체제에서는 취업난이나 높은 강도의 근무를 경험하기 어렵다"며 "출근과 야근, 추가 근무 등 직장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이탈주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들을 위해 2024년 전국 최초로 근속장려금 제도를 도입했다.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정식사업으로 진행한 북한이탈주민 근속장려금제도는 주민등록 주소지가 서울인 만 18세 이상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소득인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근속 1년 이상은 월 10만원, 근속 3년 이상은 월 15만원, 근속 5년 이상은 월 20만원씩 최대 4회(반기별 1회) 지급한다. 5년 이상 근속한 경우 6개월에 12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이탈주민 근속장려금을 받은 41명 중 39명이 '장기근속 등 근로의욕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홍씨는 지난해 9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는 "취직하고 나서 받은 첫 지원금이라 굉장히 동기부여가 됐다"며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의 학원비가 많이 나가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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