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부분 'MS 워드'나 '한글'을 쓰지만 예전엔 '워드스타'(WordStar)가 대세였다. 적어도 1986년까진 그랬다.
당시 전세계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지배했던 워드스타는 '마이크로프로'(MicroPro)라는 회사의 작품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다.) 뉴욕 출신의 시모어 루빈스타인이 이끄는 마이크로프로는 1978년 워드스타를 내놓자마자 시장을 평정했다. 컨트롤 키를 활용한 단축키 기능은 당시로선 혁신적이었다.
1984년 마이크로프로의 매출액은 전세계 소프트웨어 업계 1위였다. MS보다도 연 500만달러를 더 벌었다. 그러나 3년 뒤 이 회사는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MS 등에 고스란히 넘겨줬고, 지금은 잊혀진 회사가 됐다.
마이크로프로는 자멸했다. 사단이 난 건 1985년이다. 회사는 주력제품인 워드스타와는 다른 신제품 '워드스타2000'을 내놨다. 문제는 그후에도 계속 워드스타와 워드스타2000 각각의 업그레이드판이 나왔다는 점이다. 워드스타 시리즈와 워드스타2000 시리즈가 나란히 팔렸다. 두 사업부는 서로를 견제했다. 협조하긴 커녕 서로 헐뜯기 바빴다. 개발 역량은 분산됐다.
그럼 두 제품군의 차이점은 뭘까? 거의 차이가 없었다.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소수의 전문가만 알았다. 심지어 제품을 파는 영업사원들도 차이를 몰랐다. 고객이 이해할 리 없었다. 영업사원들은 워드스타2000을 팔기 위해 워드스타의 '단점'을 설명해야 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영업사원들이 열심히 단점을 알려주는 동안 두 제품은 MS 워드에 밀려 시장에서 도태됐다.
정보기술(IT) 업계 역사상 가장 끔찍한 실수였다. IT 전문 저널리스트인 릭 채프먼은 저서 '초난감 기업의 조건'에서 이 사례를 '포지셔닝 충돌의 재앙'으로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8일 문재인 대표 체제로 거듭났다. 그러나 당 대표 경선 과정은 '자폭'에 가까웠다. TV 토론회에서는 '저질', '반칙' 등의 막말이 난무했다. '호남 홀대론'까지 나왔다. 국민들을 앞에 두고 서로 헐뜯기 바빴다. 만신창이로 만든 뒤에야 당 대표로 세웠다. 제품을 팔겠다면서 열심히 단점만 알리는 영업사원과 다를 바 없다.
당내에선 "경선이 흥행에 실패해 관심을 덜 받은 게 다행"이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왔다. 당 대표 후보였던 이인영 의원은 보다못해 "새누리당은 시늉이라도 한다"며 "'증세없는 복지 반대' 등을 외치는 유승민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택하면서 쇼라도 하는데, 우리당은 회전문 인사와 당권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악화된 계파 갈등은 '폭탄'으로 남아있다.
새누리당은 '비박(非朴)계 중도혁신파' 유승민 원내대표를 앞세워 '정치적 중원'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유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야당은 '경제민주화' 등 진보의 가치를 오히려 선점당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검증된 여당의 '필승 전략'이 재현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대통령까지 뿌리치는 새누리당의 무서운 '생존본능'이 또 한번 발휘됐다. 이젠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의 새 지도부가 '생존본능'을 보여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