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목사님, '미생' 꼭 보세요"

[이슈 인사이트] "목사님, '미생' 꼭 보세요"

이상배 기자
2014.12.01 05:53

[the300] 종교인 과세, '원천징수' 수순…'자진납세' 건지려면 '죽은 말' 포기해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TV 드라마 '미생'말고 웹툰 '미생' 얘기다. 드라마 '미생'은 웹툰 '미생'의 흐름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웹툰의 일부 에피소드가 드라마에선 아예 통째로 빠지기도 한다. 웹툰의 15∼16편이 그런 경우다. '개고기'와 관련된 '문화적 차이' 문제로 다른 부서와 갈등이 생긴 뒤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에피소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내용은 생략하자.)

여기에 웹툰 '미생'의 명대사 가운데 하나가 등장한다. "외길 수순이라면 말을 살 찌워선 안 된다. 버려야 한다". 바둑 연습생 출신의 주인공 장그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둑 격언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는다. 장그래는 "끝났어야 할 '죽은 말'(곤마)이 계속 이어져 대마가 된 뒤 죽으면 판 자체가 큰일난다"고 했다.

이미 불리해진 상황에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결국 가래로 막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럴 때 당연한 '해답'을 놔두고 돌아가려고 한다. 결과는 대개 좋지 않다. 대부분 '자존심'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무의식적으로 이를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괜찮아, 별 일 없을거야"라며 스스로 위안한다. 위기를 현실로 인정했을 경우의 스트레스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반사적 불신'(Reflexive incredulity)이라고 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정상화 편향'(Normalcy bias)이라는 것도 있다.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결국은 정상화될 거야"라며 그 심각성을 절대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종교인 과세'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종교인에 대해 소득의 4.4%(부가세 포함) 만큼 세금을 원천징수토록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이 내년 1월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교회, 사찰 등 종교단체들은 목사, 스님 등 종교인들을 상대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는 교회, 사찰 등에 대한 세무조사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막을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국회와 정부가 논의 중인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원천징수' 대신 '자진납세' 의무만 지면 된다. 적어도 '유리알 지갑' 신세 만큼은 면할 수 있다. 교회 등에 대한 세무조사 등의 걱정도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 일부 교단은 여전히 소득세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내년 1월 전까지 시행령을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한달 내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모두 거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다. 또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건 박근혜정부가 이 시행령을 되물리기엔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다.

'미생'에 나오는 바둑 격언처럼 외길 수순이라면 말을 살 찌워선 안 된다. 버려야 한다. '종교인 과세 법제화'에 반대하는 목사님들은 지금이라도 웹툰 '미생'을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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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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