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무상보육', 그리고 사라지는 '학생들'

[이슈 인사이트] '무상보육', 그리고 사라지는 '학생들'

이상배 기자
2014.11.16 11:02

[the300] 학생 수는 급감, 교육교부금은 급증…'누리과정' 예산 논란, 해법은?

퀴즈 하나!

어떤 작은 초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매년 학년별 학생 수의 변동이 심하다. 이 학교에서 5학년 학급당 학생 수가 15명일 때와 20명일 때, 25명일 때 가운데 언제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가장 좋았을까? 물론 학교의 위치와 교장은 그대로다. 교사진도 거의 변함이 없었다. 일반적인 상식대로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을수록 성적이 좋았을까?

정답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캐롤라인 헉스비 교수가 1993∼2005년 미국 코네티컷주의 모든 초등학교들을 관찰해 얻은 결과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의 헉스비 교수는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을 때 학급당 학생 수와 성적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가 얻은 상관계수는 정확히 '0'이었다. 학급당 학생 수와 성적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학생 수가 적을수록 학생들의 성적에 도움이 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 배치된다.

그렇다면 교사의 입장에선 어떨까? 학생 수가 적을수록 더 잘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서 전한 고등학교 교사의 증언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어 수업에서 학생 9명을 가르친 적이 있어요. 꿈의 학급인 것 같죠? '악몽'이었습니다. 원하는 대화나 토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략) 활기라곤 없었습니다."

글래드웰에 따르면 학생이 지나치게 적으면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울 기회가 줄어들고, 수업의 활기가 떨어진다. 또 학생들은 작은 무리 속에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학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위축돼 수업에도 소극적으로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현재 충남, 충북, 전남, 강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2∼23명이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3명 수준에 도달했다. 서울, 경기는 아직 28명 안팎이지만 2020년쯤엔 OECD 평균 수준까지 떨어진다.

우리나라 학생 수는 매년 빠르게 줄어든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3만명(8%)이 줄었다. 그런데도 학급 수는 오히려 1090개가 불어났다. 교사도 1만2000명 늘어났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학생 수는 내년 615만명에서 2020년엔 545만명까지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교육에 쓰라고 지방에 쥐어주는 교육교부금은 내년 39조원에서 2020년 59조원까지 불어난다. 현행 법상 내국세의 20.27%는 무조건 교육교부금으로 나간다.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교육교부금은 급증하고 그 상당부분은 학급과 교사를 늘리는 데 쓰인다. 연구 결과대로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도 학생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면 이 돈은 대체 누구를 위해 쓰이는 걸까?

이런 와중에 '무상보육' 예산은 모자라다고 아우성이다. 정부·여당은 만 3~5세 '누리과정' 예산을 각 지방이 교육교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하고, 시·도 교육감들은 그럴 돈이 없다고 맞선다.

뭐가 잘못된 걸까?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내년 282만원에서 5년 뒤 634만원으로 2배 넘게 급증한다. 다른 한켠에선 보육 예산이 모자라다고 난리다. 같은 항아리에서 나오는 돈인데, 사정은 정반대다. 어딘가에 조금 '덜' 쓴다면 다른 어딘가엔 그만큼 '더' 쓸 수 있다.

이 '이상한' 상황의 해법을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작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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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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