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새지평 열겠다"…유승민 '진보적 보수' 선언

박광범 김태은 배소진 구경민 이상배 김세관 지영호 박용규 이하늘 임동훈 송정훈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4.09 09:44

[the300][런치리포트-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분석](종합)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재벌·대기업이 아닌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에서다. 이를 위해 법인세 등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하청단가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진 전환 강화 등의 파격적인 경제 정책을 제안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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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면서 구체적으로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 신용불량자,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장애인, 무의탁노인, 결식아동,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등을 언급하며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당이 되겠다고도 했다.

이같은 기조 변화에 발맞춰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가야 한다"면서 부자와 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 필요성을 시사했다.

유 원내대표는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조세의 형평성이 확보되어야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도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증세 없는 복지'의 기조를 깨뜨리고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도 세금과 복지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 원내대표는 아울러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고통스러운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공정한 고통분담과 공정한 시장경제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재벌 역시 이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며 대기업 임금인상이 아닌 하청단가 인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유 원내대표는 "정부는 재벌대기업에게 임금인상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하청단가를 올려 중소기업의 임금인상과 고용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며 "일가 친척에게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태는 스스로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재벌정책은 재벌도 보통 시민들과 똑같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대통령, 검찰, 법원은 재벌들의 사면, 복권, 가석방을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회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 못지않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등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정부와 공기업은 지금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30대 그룹과 대형 금융기관들도 상시적 업무에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시대적 과제로 삼았던 점도 높이 평가했다.

유 원내대표는 "10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며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 이제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를 통하여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다"며 "자유시장경제와 한국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쳐 한국경제 체제의 역사적 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또 단기부약책을 버리고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KDI가 발표한 장기거시경제 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3.5%의 잠재성장률은 2050년대에 1.0%로 추락하고 더 비관적인 전망에 따르면 2040년대부터 1.0% 이하로 추락해 2060년대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한다"면서 "대한민국이 성장을 못하는 나라, 저성장이 고착화된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00년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성장"이라며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일은 한 두가지 정책수단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뼈를 깎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정부의 대책도 촉구했다. 아울러 야당을 향해 공무원연금 개혁의 4월 처리도 당부했다. 유 원내대표는 "지금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며 "이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가 정교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또 오는 16일 1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세월호 인양과 유가족 배보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 갈등과 고통을 치유하는 계기로 삼자고 호소했다.

유 원내대표는 "온 국민이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자의 고통을 어루만져 드려야 한다"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통합과 치유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진보적 보수' 선언…"새누리 새 바이블" 예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진보적 보수'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

안보는 기존 보수진영의 가치를 유지하되, 경제정책의 시각은 기득권층에서 사회적 약자로 대폭 이동해야 한다는 뜻을 확고하게 밝혔다. 여권 내 '주류 보수'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새누리당 소장파의 본격적 입지 확장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놓은 제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충격'이라는 표현이 가능할 만금 대담하고 직설적인 것이었다. 그는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재벌·대기업이 아닌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법인세 등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하청단가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강화 등의 파격적인 경제 정책을 제안했다. 여당의 프리미엄을 버리고 야당과 합의의 정치도 강조했다. 1주기를 맞는 '세월호'를 감싸 안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력한 개혁 의지 천명…朴정부에 경고?

유 원내대표의 이번 대표연설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기대를 모았던 경제민주화와 재벌대기업에 대한 부패 척결 의지가 시들어가고 있다는 실망 속에 기존 여권의 주장보다 한층 강화된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증세 필요성을 재확인하면서 그 첫 단계로 법인세 등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우선 증세 방안을 밝혔다. 중산층에 대한 증세는 부자와 대기업 이후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며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부정하면서 이들 역시 개혁의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원내대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재벌정책은 재벌도 보통 시민들과 똑같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는 대기업 총수 사면 가능성에 정면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유 원내대표의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시각이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원'으로 성큼…소신이자 확신

유 원내대표는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한 '중도 색깔'을 내왔다. 대표연설에서도 복지와 양극화 해소 등에 대해 기존 새누리당 입지로부터 중도쪽으로 한걸음 옮겨가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과 차별화된 '유승민식 경제노선'을 재확인했다.

성장과 함께 복지를 경제의 또다른 한 축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중부담-중복지'를 목표로 삼아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할" 뜻도 나타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허구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 것.

양극화 해소를 우리 경제의 가장 주요한 과제로 꼽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또다른 파격이었다. 그는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며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등 역대 보수정권과 경제정책이나 이념에 대해 분명한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 시장 양극화 문제 핵심인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서도 "정부와 공기업부터 정규직 전환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원의 이슈'라 말해왔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에 대한 소신도 빠트리지 않았다.

◇총선용 '립서비스'?…소장파의 전면 부상

유 원내대표의 '진보적 보수' 선언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선거전략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 당시에도 본인의 당선이 총선 승리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고 총선 승리를 위해 서민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중원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을 유지할 필요하다는 것을 수 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단순히 선거전략용 '립서비스'로 폄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 유 원내대표가 그동안 여권에서 보수진영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새누리당 소장파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날 대표연설에서 언급한 파격적 주장들 역시 소장파로서 그가 일관되게 이야기해왔던 것들이다.

유 원내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 소장파가 어느덧 당 안팎에서 중량감있는 자리에 포진해 당의 주역으로 올라섰다는 점도 '변화의 바람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른바 '남·원·정'으로 불리며 새누리당 소장파의 상징이 된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각각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협치의 정치를 실행에 옮기고 있고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4선 중역으로 유 원내대표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과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초재선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전면 등장과 함께 신(新) 소장파로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원내부대표인 한 초선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이 지금은 파격적이라고 느껴지겠지만 앞으로 새누리당의 '바이블(성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성장과 복지의 균형"…유승민의 '진보적 보수' 선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진보적 보수'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

안보는 기존 보수진영의 가치를 유지하되, 경제정책의 시각은 기득권층에서 사회적 약자로 대폭 이동해야 한다는 뜻을 확고하게 밝혔다. 여권 내 '주류 보수'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새누리당 소장파의 본격적 입지 확장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놓은 제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충격'이라는 표현이 가능할 만금 대담하고 직설적인 것이었다. 그는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재벌·대기업이 아닌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법인세 등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하청단가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강화 등의 파격적인 경제 정책을 제안했다. 여당의 프리미엄을 버리고 야당과 합의의 정치도 강조했다. 1주기를 맞는 '세월호'를 감싸 안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력한 개혁 의지 천명…朴정부에 경고?

유 원내대표의 이번 대표연설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기대를 모았던 경제민주화와 재벌대기업에 대한 부패 척결 의지가 시들어가고 있다는 실망 속에 기존 여권의 주장보다 한층 강화된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증세 필요성을 재확인하면서 그 첫 단계로 법인세 등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우선 증세 방안을 밝혔다. 중산층에 대한 증세는 부자와 대기업 이후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며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부정하면서 이들 역시 개혁의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원내대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재벌정책은 재벌도 보통 시민들과 똑같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는 대기업 총수 사면 가능성에 정면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유 원내대표의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시각이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원'으로 성큼…소신이자 확신

유 원내대표는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한 '중도 색깔'을 내왔다. 대표연설에서도 복지와 양극화 해소 등에 대해 기존 새누리당 입지로부터 중도쪽으로 한걸음 옮겨가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과 차별화된 '유승민식 경제노선'을 재확인했다.

성장과 함께 복지를 경제의 또다른 한 축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중부담-중복지'를 목표로 삼아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할" 뜻도 나타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허구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 것.

양극화 해소를 우리 경제의 가장 주요한 과제로 꼽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또다른 파격이었다. 그는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며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등 역대 보수정권과 경제정책이나 이념에 대해 분명한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 시장 양극화 문제 핵심인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서도 "정부와 공기업부터 정규직 전환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원의 이슈'라 말해왔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에 대한 소신도 빠트리지 않았다.

◇총선용 '립서비스'?…소장파의 전면 부상

유 원내대표의 '진보적 보수' 선언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선거전략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 당시에도 본인의 당선이 총선 승리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고 총선 승리를 위해 서민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중원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을 유지할 필요하다는 것을 수 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단순히 선거전략용 '립서비스'로 폄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 유 원내대표가 그동안 여권에서 보수진영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새누리당 소장파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날 대표연설에서 언급한 파격적 주장들 역시 소장파로서 그가 일관되게 이야기해왔던 것들이다.

유 원내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 소장파가 어느덧 당 안팎에서 중량감있는 자리에 포진해 당의 주역으로 올라섰다는 점도 '변화의 바람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른바 '남·원·정'으로 불리며 새누리당 소장파의 상징이 된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각각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협치의 정치를 실행에 옮기고 있고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4선 중역으로 유 원내대표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과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초재선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전면 등장과 함께 신(新) 소장파로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원내부대표인 한 초선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이 지금은 파격적이라고 느껴지겠지만 앞으로 새누리당의 '바이블(성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부와 '결' 달리한 유승민, 노사정위 논의 영향줄까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부와 결을 달리하는 입장을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도 유 원내대표의 '파격'발언 취지에 공감한다.

유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 못지않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등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며 "정부와 공기업은 지금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시장 유연화'에만 초점을 맞춰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노사정위가 '노동시장 유연화'의 핵심인 정리해고 요건완화를 두고 공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소 해소를 위해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 정책이 선행돼야한단 주장이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야당조차 유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황하는 기색이다. 유 원내대표의 발언에 공감하면서도 야당이 비교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확실히 자기 색깔을 가져가는 것 같다"며 "정부와는 확실히 결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30대 그룹 및 대형 금융기관 상시적 업무 종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하청단가 인상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 원내대표는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천민자본주의'란 용어까지 사용한 것은 파격적"이라며 "하청단가 인상, 상시적 업무 종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노사정위 논의에서 노측이 주장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으로선 어떻게 비교차별화를 할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한편 유 원내대표는 '청년실신(실업+신용불량자)' 시대와 관련,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청년일자리 전쟁"을 하겠다는 각오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총동원해서 청년의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부터 청년일자리 늘리기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청년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호소하고 청년고용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청년창업에 대한 국가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도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청년고용에 대한 임금보조를 확대하고, 중소형 공장이 밀집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첫 행보이자 연설 첫마디 '세월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4.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첫 대표연설의 첫마디를 '세월호'로 장식했다. 지난 2월 원내대표 취임 후 첫 공식행보도 세월호 가족과의 면담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직접 국회를 찾아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들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인사를 마치자마자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 학생 이름을 불렀다.

그는 "1년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 학생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여 오늘까지 엄마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다윤이의 어머니는 신경섬유종이라는 난치병으로 청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내 딸의 뼈라도 껴안고 싶어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또 "다윤 양과 함께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씨와 권혁규군 부자, 이영숙씨... 이렇게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다"며 세월호 실종자 이름을 하나씩 모두 불렀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17일 국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면담한 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 허다윤 학생의 가족 등 단원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한 바 있다.

이 때부터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 선체 인양 등 세월호 가족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하는데 앞장서왔다.

유 원내대표는 "희생자 295명, 실종자 9명, 그리고 생존자 172명을 남긴 채 1년 전의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남겼다"면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가는 왜 존재하나? 우리 정치가 이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하지 않겠나?"고 본회의장석 여야 의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세월호 선체 인양 주장을 대표 연설에서도 다시 한번 펼쳤다.

유 원내대표는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며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세월호 인양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막대한 돈이지만,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국민들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동의해 주실 것"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평택 2함대에 인양해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우리가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이, 세월호를 인양해서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국민들의 갈등과 고통을 치유하고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통합과 치유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난 2월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그분들(세월호 유가족)을 뵙고 약속도 했고 앞으로도 그분들 일에 계속 관심을 가지려 한다"면서 "다만 이것이 정치적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저 스스로 조심하고 야당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폐기 혹은 수정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가 지난달 29일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위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상태다. 유가족 측은 특위의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파견공무원을 통해 특위를 실질적으로 행정부에 예속시키는 것도 모자라 특위를 아예 무력화하는 위헌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승민 "사회적경제,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자신의 첫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잊지 않은 것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사회적경제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일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며 "우리 19대 국회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해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총선과 대선에서 중도성향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새누리당이 반드시 사회적경제 분야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소신을 분명하게 밝혀왔다. 선거용 '경제좌클릭'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KDI연구원 시절부터 '재벌개혁'을 주장했던 그의 경제철학이 정치철학으로 이어진 것이란 게 대체로의 평가다.

정치 입문 후에도 재벌대기업 위주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 원내대표는 지난해 야당보다 앞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을 내놨다.

당내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해온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은 유 원내대표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탔고, 급기야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까지 이뤄둔 상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4.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을 국가가 큰 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들 단체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시설비를 지원하며 각종 세금감면을 줄 수도 있다.

'이윤 축적보다 사회적 가치 추구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담는 등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유시장경제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시장경제를 지향해 온 새누리당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법안이지만 유 원내대표는 끝내 성사시켰다.

그는 사회적경제를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일자리와 복지 문제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해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중부담-중복지'를 목표로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복지수요를 국가재정이 모두 감당할 수 없다. 일자리 역시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늘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 강조했다.

'정치개혁' 앞세운 유승민, 정치권 위기 '합의정치'가 해법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보수와 진보간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합의의 정치를 실현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갇혀 정쟁에만 매몰돼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유 원내대표는 8일 자신의 첫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진영을 벗어나 우리 정치도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넓히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치는 여야 진영 간, 보수 진보 진영 간의 대립과 반목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진영은 그 본질이 독재와 똑같다. 진영의 울타리를 쳐놓고 그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다"며 "이는 국민의 눈에 어처구니 없는 정쟁으로 비쳐졌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가 된 이후 가급적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님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구속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시대가 바뀌어도 보수와 진보가 똑같을 수는 없지만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오늘 보수와 진보는 머리를 맞대고 공통의 국가과제와 국가전략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4.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유 원내대표는 합의 정치를 통해 국회의 3대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들은 합의의 정치를 통해 정책을, 입법을, 예산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포퓰리즘의 과열경쟁을 자제하기 위해서도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지만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하려면 합의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 국회가 진영의 논리와 포퓰리즘 경쟁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한다면 우리가 할 일은 많고 국민은 우리 정치를 다른 눈으로 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런 노력이 진정한 정치개혁"이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성장과 복지, 안보와 통일,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일자리와 노동, 교육, 보육, 의료, 연금 등 합의의 정치가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며 "어려운 문제, 아주 인기 없는 정책일수록, 그러나 국가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일수록 우리는 용기를 내어 통큰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합의정치를 제안한 데 대해 공감과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성장과 복지의 균형"…유승민의 '보수 새 패러다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수정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유 원내대표는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를 통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중도선점'을 집권전략으로 부르짖던 경제학자 출신의 소장파 의원이 어느덧 여당 원내대표가 돼 보수정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제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며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양극화'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며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새로운 보수'를 향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는 전공분야인 경제 부문, 특히 '성장 전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유 원내대표는 "단기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며 대신 경제 사회 전반의 '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을 성장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자본, 노동, 여성, 청년, 교육, 과학기술, 농어업, 제조업,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며 "그 혁명적인 변화의 최종 목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이며 성장잠재력 확충"이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한 '저출산' 문제를 거론하며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재앙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0∼5세 보육예산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집 구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도록 해야 한다"며 "보육, 교육, 노동, 일자리, 주택, 복지 등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고용 문제와 관련, 청년 여성 장년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청년 여성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한다"며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이 더 이상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정년 후 장년층의 재고용을 촉진하는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부터 청년 일자리 늘리기에 앞장서야 한다"며

"정부는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청년 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호소하고 청년고용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재양성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분야"라며 "오랜 시간에 걸친 일관된 국가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中부담-中복지’ 유승민…"증세없는 복지는 허구" 쐐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8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정책적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中(중)부담-中(중)복지'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이었다.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새누리당이 향후 추구할 정책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증세없는 복지'라는 박근혜정부의 '금과옥조'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中(중)부담-中(중)복지'는 지향은) 국민부담과 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정도 수준을 장기적 목표로 정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0.4%로 28개 OECD 조사 대상국 가운데 28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 21.6%에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아울러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국민부담율은 2013년 기준 24.3%로 OECD 조사대상 30개 국 가운데 28위에 그쳤다. OECD 평균(34.1%)에 10%포인트

가량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그 동안 '저(低)부담-저(低)복지'를 지향해 왔다. 결과적으로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22조2000억원의 세수부족을 경험했고 박근혜정부의 당선 배경이었던 '기초연금' 등 복지증대 공약을 온전하게 실천할 수 없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로 계층 및 세대 간 갈등이 초래되기도 했다.

결국 유 원내대표는 이날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됐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정부 정책 방향을 직접적으로 비판했고 새누리당의 향후 정책 방향이 '증세를 염두 한 복지'로 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 원내대표는 "'中(중)부담-中(중)복지'를 목표로 나아가려면 세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무슨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나 더 거둘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 등 향후 새누리당 지도부의 증세 가능성을 둔 정책 논의는 지난 2월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제안한 세금과 복지 문제에 관한 대타협기구를 통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동의를 구해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겠다"며 "정부도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인기없는 개혁이지만..." 유승민 '공무원연금 수용' 촉구

답보 상태에 놓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통큰 합의'를 요청했다. 공무원노조의 동의 부담을 안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이를 조건없이 수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당사자인 정부와 공무원이 해결하지 못한 개혁을 국회가 마무리해내야 한다"며 "야당이 경제정당을 말하려면 이번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공무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의견제시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 국민대타협기구와 같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해당사자에게 최종결정 권한까지 드릴 수는 없다"며 "그 결정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의기구인 우리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내에서 타협점을 찾기 위해 수위를 낮춰왔다. 구조개혁을 근간으로 한 '자체안'에 이어 별도의 저축계정을 두는 '김태일 안', 재정수지균형에 초점을 맞춘 '김용하 안' 등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단체를 설득해야 할 정부가 여당 뒤에 숨어있고, 여당은 소득대체율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는 하박상박(下薄上薄)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맞서왔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의 고통분담이 수반되는 일이니 당연히 득표에 도움이 안되는 인기 없는 개혁"이라며 "국회가 진영의 논리와 포퓰리즘 경쟁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한다면 국민은 우리 정치를 다른 눈으로 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새정치연합의 대승적 결정이 있어야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국회 전체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20년전 김영상 정부 때 부터 추진해왔고, 2007년 노무현 정부의 국민연금개혁 성과를 치켜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평가는 박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합의정치의 예로 들었지만 날짜를 정하고 압박하는 것은 합의 정치의 예로 맞지 않는다"며 "특히 공무원 당사자들이 내는 돈이 포함된 충당부채를 마치 국민이 갚아야 할 채무로 표현한 것은 개념 자체를 호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늘 연설에 공무원연금의 핵심인 '대타협 정신'과 '공적연금 확대'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앙꼬 없는 찐빵이고, 하나마나한 소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성주 새정치연합 공무원연금 개혁특위 위원도 "전체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공무원연금의 각론을 보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2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한 데 이어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도 8일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유승민 "금리인하로 악화"…정부는 '관리가능'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이라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비판은 가계부채가 관리가능하다는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돼 향후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놓고 당정간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한다"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와 금리인하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높여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는 "가계부채는 개인이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게 당연한 원칙"이라면서 "우리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가 정교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도 당부했다.

유 원내대표의 정부 가계부채 관리 정책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 원내대표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첫 1%대 금리 인하를 발표했을 때 "금리가 인하되면 부채가계는 부담이 줄어들지만 가계부채의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유 원내대표는 안심전환대출에 대해서는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등 서민대책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 원내대표는 "안심전환 대출은 은행과 정부의 부담으로 원리금 상환능력이 있는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라며 "상환능력은 없고 부실의 위험도는 높은 한계선상의 가계부채 대책에 우선순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안심전환 대출의 경우도 유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서민들 생활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형평성 있는 지속가능한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를 고정금리 분할상환으로 변경해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했고 1차고 20조, 2차로 13조원 등 총 34조원을 공급했다. 안심전환 대출은 실시 이전부터 제2금융권 대출자등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서민정책으로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유 원내대표의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은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정부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크다.

전날(7일) 있었던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는 관리가능한 수준이며, 증가속도에 대해서는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LTV·DTI완화에 대해서도 재검토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 위원장은 "서민들에게 어려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연설, 너무나갔다, 포퓰리즘, 적극지지"…유승민을 보는 눈

“정의당에서 나온 연설 같다. 너무 나간 것 아니냐” (새누리당)

“한국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한 반응이다. 여야가 뒤바뀐 것 아닌지 하는 착각마저 든다.

그 정도로 여야 모두에게 ‘충격’적인 연설이었다. 재계와 노동계, 중소기업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 “야당서 박수 더 많이 치더라”

이날 유 원내대표의 대표연설 직후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화, 유승민 대표의 합의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연설을 통해)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의지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선을 정부에 촉구한 것을 환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공약가계부의 실패선언,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 고백은 집권여당 대표로서 용기 있는 진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박근혜정부의 조세정책, 단기부양책, 부동산정책 등 잘못된 실책에 대한 비판과 야당과 함께하자는 제안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 원내대표의 진단은 옳았지만, 처방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유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은 한국 보수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고 평가한 뒤 “오늘 연설이 정책으로 실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의를 표했다.

유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이 끝난 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유 원내대표에게 다다가 “정의당과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우리 당으로 오시”고 웃으며 답했다.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여당보다) 야당 의석에서 박수가 더 많이 나오더라”며 “야당이 더 좋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새정치연합, ‘진보적 보수’ 대항마는?

여당의 반응은 갈렸다. 일각에서는 우려섞인 반응들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기존 이념적 지향과 전통적 지지세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대구·경북(TK) 출신 한 재선 의원은 “나도 중도에 가까운 성향인데, 내가 보기에도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너무 나간 면이 있다”며 “특히 재벌 총수들을 법대로 하겠다는 부분이 가장 과격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대표연설에 대해서 정의당에서 나온 연설 같다는 반응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러나 반면 여당 다른 한켠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공감하며 호응을 보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한 국회의원은 “원내대표라면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의 반응을 환기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주는 연설을 할 필요가 있다”며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그런 점에서 적절했다”고 말했다.

다른 TK 출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보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유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이 앞으로 새누리당의 바이블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야당으로선 새누리당이 유 원내대표가 치켜올린 ‘진보적 보수’의 기치를 앞세워 중도를 잠식해 들어올 경우 총선 및 대선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8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유 원내대표의 메시지와 어떻게 차별화를 시도할지가 문제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문 대표로선 유 원내대표처럼 파격적으로 던질 수 있는 메시지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재계, 유승민 국회 연설에 “전형적 포퓰리즘 발언” 당혹

재계는 여당 원내대표의 ‘파격적인’ 경제 정책 제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정치인의 편가르기’, ‘포퓰리즘적 발언’ 이라며 격앙된 모습이다.

이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내용을 접한 대기업 및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다만 여당 등 정치권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은 포퓰리즘적 발언”이라며 “정책은 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추진돼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여론에 따라 선언적으로 한마디씩 던지는 방식이 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와 여당이 계속 대기업을 압박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매우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도 세금을 내고 책임을 다해야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설득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문제의 경우 세입세출 구조 및 여러 조세 및 재정정책을 따져 전략을 수립한 다음 근거를 가지고 기업을 설득해야 하는데, ‘대기업이 돈 많으니까 더 내라’는 식의 통보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의 다른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라며 “과연 법인세 인상, 하청단기 인상, 정규직 전환 강화로 일자리가 창출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은 글로벌 경쟁 시대로 기업의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리면 바로 기업이 나간다”며 “외국 기업이 한국에 안 들어오는 이유도 제도적 문제, 바로 세금과 노동시장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하청단가를 인상해 우리 중소기업의 단가가 높아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해외 중소기업을 통한 ‘글로벌 소싱’이 이뤄지게 된다”며 “또 정규직 전환을 강제할 경우 인건비가 상승하게 돼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지고 기업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기업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이날 발언을 ‘원론적 이야기’라며 애써 그 의미를 대외적으로 키우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됐지만, 여당 내 재벌정책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A그룹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의 발언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다시한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 발언이 특정인과 특정기업과 연결돼 확대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B그룹 관계자는 “사내유보금 과세, 기업 증세, 임금 인상 등 그동안 정부·정치권을 중심으로 타진됐던 아이템들은 기업 입장에서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며 “과연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中企업계 '고무'

중소기업계가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하청업체 납품단가 인상 발언과 관련, 일제히 반색하고 나섰다. 여권 원내 대표가 해묵은 과제인 납품단가 인상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중소기업계 전반적으로 대기업 납품 단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이로 인해 그 동안 중소기업계에서 적정한 납품 단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해왔다는 점에서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납품단가 보장 방안과 관련해서는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61.7%가 현재 납품단가에 대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 조사 결과보다 7.7%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납품단가가 적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치열한 가격경쟁’(37.3%)과 ‘원자재가격 상승분의 부분반영’(34.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대기업 협력업체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1차 납품업체 A사 대표 역시 “대부분 대기업인 원청업체와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적정 납품 단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그 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직원 임금 인상과 투자 등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장비를 납품하는 B사 임원은 “대기업이 좀 더 큰 시각으로 산업 생태계를 키워야 스스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원내대표 발언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C사 임원은 “납품 단가인상을 포함해 다른 거래조건을 함께 개선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질적인 납품 단가 인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D사 임원은 “이번 발표가 여권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대기업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민노총 "말은 좋은데..."

민주노총은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관련, “발언내용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유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하청단가 인상 △상시적 업무 종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완화 △고용안정성 강화 등을 언급한 데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도 임금인상, 최저임금 인상 얘기를 했지만 정책적으로 담보되지 않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새누리당이 말하는 것과 정책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혹여나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결렬됐고, 4월 재보선도 오는 상황을 염두에 둔 하나의 립서비스나 정치쇼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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