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일 국회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긴급현안질의를 가진 자리는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질타하는 성토의 장이 됐다.
특히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격리부터 역학조사까지 모든 게 부실했다며 책임을 따져 물어 '문형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장관의 무능으로 메르스 사태가 악화됐다며 문 장관에 대한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 장관은 메르스 환자를 늦게 파악하고 관리망을 협소하게 짠 것은 사실이었다며 초동대처 미흡을 인정했다. 또 현행 경보단계는 주의지만, 한 단계 높은 경계 수준으로 방역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정부 초동대응 미흡" 질타
이날 새누리당에서는 의사출신 의원들과 메르스 환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구 의원이 질의자로 나서 정부의 초등대응이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새누리당 메르스 비상대책특위 소속이자 의사출신인 문정림 의원은 "초기대응 실패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격리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며 "늦게서야 1대 1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했지만 굉장히 늦게 나왔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학병원과 지자체에 일부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것도 늦었다"며 "무엇보다 입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점이 문제다. 국가지정병상 부족과 관련해 민간 대형병원과 협조해야 하는 데 이 것도 늦었다"고 질타했다.
의사출신인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도 "예방단계에서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국민들은 메르스가 생소했지만 방역당국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의 위험성을 예견하고 대책반까지 마련하고 있었다는 대목"이라며 "대책을 마련함에 있어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 없이 탁상행정으로 안일하게 마련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경기 평택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유의동 의원은 자신이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 통보를 받았던 사실을 말하며 정부 대응 과정의 혼선을 질타했다.
유 의원은 "자진신고를 위해 129에 수십차례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면서 "결국 복지부 관계자에게 문의해 하루에 두 번씩 전화 문진을 받는 능동감시 대상자로 판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틀 뒤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란 전화를 받았다"면서 오락가락하는 보건당국의 혼선을 꼬집었다. 그는 문 장관에게 "저는 자가격리자입니까, 능동감시자입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전대미문의 메르스 공포로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데 정부 당국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않고 어떠한 조치도 못 내놓고 있다"며 "정부는 메뉴얼대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낙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또 "코에 바세린을 바르고 양파를 집에 놓아두면 메르스가 예방되느냐"면서 정부의 대응 미흡을 꼬집었다.
또다른 의사 출신의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도 "이 사태의 발단은 컨트롤 타워가 없고 정보공개가 없다는 것"이라며 "여러 번 골든타임을 놓쳤다. 너무 화가 나서 말을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도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강한 질타를 쏟아냈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메르스로 5명이 사망하고 87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며 "이 모든 것이 정부가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며 "최초 확진환자를 철저히 격리해 관리했다면 적어도 3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메르스 확산의 최대 원인은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라고 국민들이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김용익 의원은 "최초 환자 확진 후에 정부는 의료진과 가족 64명을 격리대상으로 정했다. 2m 이내에 한 시간 이상 접촉한다는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채기를 하면 3.5m까지 비말이 날아가는 것으로 안다. 공기감염의 가능성이 없더라도 대처해야한다. 공기감염에 준하는 전파경로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응하는 것이 방역의 원칙"이라 지적했다.
◇문형표 사퇴론 요구도, 문형표 "국민께 송구"
야당 일부 의원들은 문 장관의 자진사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문 장관은 의원들의 질타에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 장관은 책임감도 능력도 없어 이번 사태수습의 장애가 되고 있다"면서 "문 장관이 말하면 반대로 된다고 해서 '문형표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알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문 장관은 "처음 들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전 의원이 "장관은 무능하게 대처한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문 장관은 "최선을 다해 메르스 사태를 빨리 안정시킬 수 있다록 하겠다"면서 사퇴요구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문 장관은 메르스 관련 병원 공개 오류에 대해선 "정말 실수였고 죄송하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기대응만 잘 했어도 추가확산을 막을 수 있었고, 3차감염을 차단해 사태를 진정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는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환자를 늦게 파악한 점과 (환자)관리망을 너무 협소하게 짠 것이 미흡했다"면서 초기대응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여야, 메르스 추가대책 마련 주문
여야 의원들은 이날 긴급현안 질의를 통해 메르스 대책에 관한 백가쟁명식 의견을 내놨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메르스가 확산되도 입원 병실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완벽히 차단된 음압병실이 있어야 하고 국가적 재난에 대비한 국가재난병원도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장관은 "모든 정보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추가로 공개하겠다"면서 "국가재난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역거점 병원과 지역거점 병원을 지자체가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자체에 협조를 구하고 공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신 의원은 "에볼라,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을 겪었는데 결국 전문가와 이를 관리할 인원이 턱 없이 부족하다. 특히 몇 안 되는 전문요원들이 다른 곳으로 보직을 바꾸면 노하우가 연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문 장관은 "조직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 사태가 진전되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기동타격대처럼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목희 새정치연합 의원이 국가지정 격리병상인 음압병상의 확보 대책을 묻자 문 장관은 "부족할 경우 지역거점 민간 병원들에게 협조를 구해 격리병상을 100개 정도 더 추가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격리자나 환자에 대한 보상에 대해선 "보상 기준을 충분히 확대·완화하고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문 장관은 또 메르스의 위기 단계에 대해 필요시 '경계' 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현재 위기 감염병 위기 단계가 '주의'로 돼 있는 것에 대해 격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 "아직 위기단계를 격상하지 않고 있지만, 항상 준비하면서 필요시 언제든지 '경계' 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주의 단계이긴 하지만, 실제 취하는 조치들은 경계 단계의 조치들"이라며 "주의 단계라면 질병관리본부에서 대책본부를 맡아야 하지만, 지금 복지부 장관이 총괄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