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와 심상정 의원의 '양강구도'로 예측됐던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복병이 떠올랐다. 청년유니온, 정치발전소 등에서 활동해 온 조성주 후보다.
자동차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의 삶과 그의 삶을 담담하게 비교하며 새로운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한 그의 출마선언문은 단숨에 화제가 됐다.
그는 자신의 도전을 "진보정치 2세대 전체의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민주주의 밖으로 밀려난 시민들"을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정치가 더이상 기존의 노동조합을 대변하는데 그쳐선 안된다는 것. 이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노동운동 밖의 노동"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20일 서울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조성주 후보를 만나 그가 꿈꾸는 '2세대 진보정치'에 대해 들었다. (☞관련기사조성주 "이젠 '2세대 진보정치'로 업그레이드할 때")
-노회찬, 심상정, 노항래 후보와 비교할 때 본인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세 분 다 워낙 훌륭하신 분이다. 한국사회의 진보나 발전을 위해 굉장히 큰 일을 해오면서 성과를 많이 내셨다고 생각한다. 심상정, 노항래 선배하고는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세 분은 다 과거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기반을 두고 거기서 성장해서 진보정치로 들어오신 분들이다. 저는 그 분들이 경험했던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바깥에서 출발했던 사람이다.
저는 '청년유니온'에서 기존의 노동조합에 포괄되지 않는 노동문제, 노동자로도 호명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노동운동을 했다. 한국사회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포지션이 달라졌다. 이제는 정당도 (기존과) 완전히 다른 사람들을 대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본다.
-당 대표는 당의 얼굴이다. 노회찬, 심상정 후보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는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실 지명도, 인지도, 경륜, 노련함 이런 거에 있어선 제가 부족하다는 건 솔직하게 인정해야 될 것 같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당대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리더십의 차이다. 이제 리더십은 '팀의 리더십'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쓴 소리를 약간 섞으면 노회찬, 심상정 두 분 개인은 스타가 됐다. 그런데 '과연 그 분들이 있었던 당은 성장했는가'하고 질문한다면 저는 부정적인 답변 밖에 못할 것 같다. 당 대표는 스타가 필요한 게 아니라 조직의 리더로서 당을 끌어가는 게 중요하다. 조직은 결국 팀이다.
또 새로운 '2세대 진보정치'가 필요한 시기라면 그 시기에 맞는 리더십은 오히려 다른 경험을 가지고 노력했던 제가 더 알맞다고 생각한다. 출마선언문에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 '광장 밖의 사람들'을 이야기했는데 그 사람들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싸워본 경험은 그 분들보다 더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2세대 진보정치'란 말이 추상적인데 구체적으로 1세대와 구분되는 점은
▷리더십, 조직, 정책 3가지 요소에서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리더십 부분을 보면 1세대 진보정치는 운동의 언어와 방법으로 정치 공간 안에서 운동을 했다. 그 때는 '진보정당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지 '진보정치'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주장을 세게 하는 것은 정말 잘했는데 대안을 만들고 타협해나가는 부분은 약했다. 1세대 진보정치는 정치보다 운동에 가깝다. 2세대 진보정치의 리더십은 정치인으로서의 리더십이다. 정치적 언어와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
두번째는 조직이다. 1세대 진보정치는 조직 내부를 강하게 하기보다는 정치공학적으로 세력과 세력을 붙이면서 자신의 기반을 빨리 넓히고자 했다. 외연을 확대한다는 미명 하에 오히려 정당을 해체하고 약화시킨 것이다. 1세대 정치는 정당의 외연을 확대한다면서 사실은 사회운동에 기반하고 있었다. 2세대 진보정치는 정당중심으로 가야한다.
정책에서의 차이는 대변해야 되는 대상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1세대 정치는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노동조합, 공무원노조 등 주장을 받아서 대변했다. 물론 당시에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2세대 진보정치는 그걸로는 대변이 안된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아무리 있어도 그걸로 대변되지 않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에 충돌하는 정책이 생긴다.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세대 진보정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그 사람들만 대변한 거지 과연 그게 한국사회 진보의 방향에 도움이 됐나 혹은 우리가 지금 시급하게 대변해야 할 사람을 대변했나 보면 저는 부정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보좌관, 청년유니온, 서울시 노동전문관, 정치발전소 등을 거치며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은
▷국회에 있을 때는 등록금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에 집중했다. 당시 학자금 융자 이자율이 7~8%였는데 그 이자율을 지방정부가 조례를 통해 보전하는 형태를 하나 설계했다. 또 지금의 등록금후불제와 유사한 형태로 후불제에 상한선까지 두는 등록금상한제 정책을 만들기도 했다.
18대 국회 때 관심을 가진 것은 청년실업자를 위한 취업부조제도와 청년고용할당제다.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취직하지 못한 '최초실업자'들을 위한 취업부조제도를 만들면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 문제를 처음 지적한 것이다.
서울시에선 노사관계를 다뤘다. 서울시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하려고 하는데 거대 노조가 탄생하는 부분이 쟁점이었다. 이 때 노사관계의 안정화는 싸움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참가시킬 때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독일식 노사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자고 했고 현재 추진 중이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청년유니온' 활동이다. '30분 배달제 폐지' 운동을 벌여 2011년 피자업계에서 30분 배달제 폐지를 이끌어냈다.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를 처음 지적하며 성과를 거뒀다.
노동문제를 다뤄왔던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사회가 워낙 다변화되고 이제는 다른 문제들도 워낙 많아서 개인적인 관심사가 조금 이동하고 있다. 요즘 제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주거문제와 연금문제다.
-지난 총선을 돌이켜보면 야권이 의제를 선점해서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대 총선에서 정의당만이 제시할 수 있는 정책이나 방향이 있나
▷정책의 차별성이라는 게 결국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다른 정의당의 정책적 차별화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저는 한국사회가 복지국가로 가야한다는 건 이미 큰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결국 쟁점은 복지국가까지 어떻게 갈 것이냐는 방법론이다.
정의당은 새정치연합과는 달리 지난해 연말정산 사태 때 세금폭탄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당장 집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포석을 잘 둔 것이다. 우리는 '사회복지목적세'라는, 나름의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바로 이 증세전략이 향후 정의당만의 차별화가 발생하는 지점이라고 본다. 1세대 진보정치에선 포석을 잘 놔두고 활용하지 못했다. '우리는 증세입니다'라고만 하면 어떻게 설득력이 있겠나. 그게 1세대 진보정치의 한계라고 본다. '이것이 맞습니다'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완 대책을 제시하며 '이것이 더 좋습니다'라고 이야기해야 된다.
여기서 제가 주장하는 것은 '고용보험·국민연금·노동시장 개혁'이다. 이 세가지를 증세전략하고 맞물려서 제안해야 하고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책적 차별화다. 물론 한 번에 안 될 것이다. 한 문제도 단계적으로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신뢰를 얻어나가며 차별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고용보험·국민연금·노동시장 개혁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세 분야를 같이 연동해서 종합전략으로 가는건데 '새로운 사회연대 전략'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고용보험료를 진보정당이 먼저 주장해서 올리자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으로 기금이 늘면 실업급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정책도 실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을 도와야 한다.
국민연금은 이야기가 더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기여율을 14%정도까지 인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우리 노후를 지키겠다고 연금까지 고스란히 미래세대한테 넘길 순 없다. 미래세대한테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주거안정이라고 본다. 보험료를 인상하는 대신 연기금을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부분에 투자를 해줘야 한다. 세대 간 대타협을 하는거다.
임금피크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대신 기초연금을 보장하는 등 노동시장에서 복지분야와 거래를 하자는 거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거래를 할 것은 다 종합적으로 거래하는 새로운 사회연대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진보는 노동조합쪽을 설득하고 오히려 증세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1세대 진보정치에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