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에게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이달 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둘째 사위가 신문 정치면을 장식하기 나흘 전이었다. 30년 이상 정치판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전략가 A씨가 이렇게 운을 뗐다.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김무성 대표의 미래에 대해 "내 머리 속엔 들어있지 않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가 대단한 하자가 있거나 해서가 아니다. A씨가 30년간 지켜봐 온 권력의 속성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권력은 결코 나눠가질 수 없으며 권력자의 호의에 기대 양도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6공의 황태자' 박철언이 아닌 김영삼이 대권을 쥐었듯 중요한 것은 '현재권력'의 지지가 아니라 권력의지로 싸울 수 있는 사명감과 용기다.
A씨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과가 명확한 만큼 지난 5월 6일 본인이 서명한 안대로 통과시켰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권의 권력구도가 이제 '김무성-유승민 체제'로 넘어가는구나 하고 끝났을 것"이라고 '국회법 파동' 상황을 복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내년 총선에서의 영향력 행사 의지를 드러냈을 때에도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대신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했어야 했다는 것이 A씨의 분석이다. 다시 전당대회를 치르더라도 친박(친 박근혜)계의 쪼그라든 세를 확인시킬 뿐 권력의 향방을 확실하게 결정지을 수 있었던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김 대표는 물론 새누리당 대다수의 의원들이 박 대통령이 탈당 카드를 들고 나오거나 민정이나 검찰을 동원한 사정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그쯤되면 청와대 3인방이나 친박 핵심의 '엑스파일'이 먼저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때부터는 정권 '레임덕'의 가속화다. 국가정보원도 검찰도 다 미래권력에 줄을 선다. 사실상의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도 그랬다. 정치권에서는 농반진반으로 박 대통령의 임기는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때부터라는 이야기가 회자되지 않는가.
이른바 '87년체제'의 교훈이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서 반복돼 온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 권력투쟁의 법칙이기도 하다. 특히 의회를 점령한 다수당의 미래권력은 대통령에겐 위협적이다. '잘 되게는 못하더라도 못 되게는 할 수 있다'는 속언이 여기서도 들어맞는다. 두번이나 대통령 후보를 지낸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 시절이 그렇다. 집권여당이 다수당일 때라고 다르지 않다. 이명박정권 시절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하는 일을 막는 방식으로 대통령 권력의 절반을 발휘했다.
이를 지켜봐온 A씨에게 김 대표는 권력의 주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졌을 거다. 그는 "연찬회 때 의원들 악수도 안해주는 대통령 앞에 집합하고……. 싸움은 끝난 것이다. 저런 식으로 대통령이 되면 새로운 모델이 생기는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예언'한 대로일 것이다. 미묘한 시점 터져나온 김 대표의 둘째 사위 소식에 현재권력인 청와대 작업설이 여권 내에서도 신빙성있게 돈다. 이를 기점으로 하이에나가 먹잇감에 달려들듯 김무성에 대한 공세가 터져나온다.
정치권의 생리와 권력자 심리에 능통한 A씨 말대로 일 수 있다. 김 대표의 미래권력 가능성을 조용히 지켜보던 검찰과 국정원이 현재권력 편에서 또다른 건수를 터뜨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퍼진다. 오픈프라이머리든 대권이든 '무대(김무성 대표 별명)'에게 세 번째 기회란 없을 것 같다는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기막힌 '아이러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었다고 공언한 공천개혁은 제도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행해지는 권력, 공천권을 민주주의 제도로 만들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겨눠진 보이지 않는 칼날은 그야말로 법과 제도를 벗어난 비정상적 권력투쟁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때 여야 정치권을 들썩거리게 하던 권력구조의 정상화, 개헌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그가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놓쳤던 첫 번째 기회로 귀결된다.
결국은 민주주의의 문제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헌법이 정한 테두리 속에서 헌법이 부여한 절차에 따라 행사되도록 한 제도화된 권력이다. 정치 권력이 특정 권력자들만의 투쟁의 대상이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될 수 있을 지 여부다.
김 대표가 공천권을 두고 시작한 싸움은 그 출발점이었고 그를 차기 대권주자 반열로 올린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정치인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듯 기회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의 세 번째 기회는 김 대표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국민들도 그 선택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