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 국민 위험 속에 방치" 朴대통령, 99분 '격정토로'

이상배 기자
2016.01.13 17:09

[the300] "국회, 선진화법 소화할 능력 안돼"…대북 메시지, '대화'·'통일' 없는 강경 일변도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지금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서 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의 타깃은 국회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1시간39분에 걸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을 높은 어조로 비판하며 국회에 대한 실망감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정례적인 신년 기자회견 대신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의 형식을 선택한 것도 1월 임시국회 중 핵심법안 처리를 위해선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를 보다 강하게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예전엔 동물국회, 지금은 식물국회"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38회)에 이어 '경제'(34회), '일자리'(22회), '개혁'(21회), '국회'(17회), '노동'(16회), '통과'(13회) 순이었다. 대국민담화의 초점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촉구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를 장기간 미루고 있는 데 대해 답답함을 숨기지 않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최대 6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법안이 무려 1474일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을 정도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그에 대응한 비무장지대(DMZ) 인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북한의 후방테러 등 도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회가 테러방지법 제정을 미루고 있는 데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안위를 위험 속에 방치하고 있는 것과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안보환경이 어느 때보다 엄중해진 상황에서도 국회가 개인과 당파의 이해에 매몰돼 안보마저 방기하고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국회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불만은 "예전엔 동물국회, 지금은 식물국회", "20대 국회는 적어도 19대 국회보다는 나아야 한다" 등의 이날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 같은 인식 아래 박 대통령은 "(지금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을 소화할 능력이 안 된다"며 여당의 국회선진화법 폐지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北 뼈 아프게 느낄 제재"… '대화'·'통일' 언급 안해

이날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선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안보지형과 북핵 해법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앞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안보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고, 북한 핵문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높은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도 '증폭 핵분열탄' 실험에 일부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소형화에 유리한 '증폭 핵분열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단계에 한걸음 더 다가갔음을 뜻한다. 특히 북한이 최근 사출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SLBM의 경우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방위 태세에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박 대통령이 택한 해법은 '강공'이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뼈 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취해 나가기 위해 미국 등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북한을 상대로 '대화'를 촉구하는 등의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통일'이란 표현 역시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신년사에서 박 대통령은 "빈틈없는 안보태세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놓고 평화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향해 나아가겠다"며 '대화'와 '통일'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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