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국정연설 도중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대응을 언급하다 주먹을 쥐어 올렸다. "국민들의 단합과 국회의 단일된 힘이 북한의 의도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부분에서다.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운동'에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사실을 두고 "하나된 힘을 보이자는 국민의 눈물이자 절규"라고 말하면서도 주먹을 쥐었다. 단호하고 결연한 표정이었다.
'북한' '국민' '경제' 등의 단어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런 핵심단어를 꺼낼 때는 크고 작은 손짓이 뒤따랐다. 시선은 좌우를 번갈아가며 여야 의원들을 두루 살폈다. 지난해 10월 시정연설 당시 국정교과서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야당 의원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날카로운 눈빛을 보였던 것과 달리 안보·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와 연설하기 직전의 두차례를 제외하고도 연설 도중에만 17차례의 박수를 보냈다. 첫 박수는 박 대통령이 선도적으로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자고 언급할 때 나왔다. 연설을 마칠 쯤에는 한 문장을 끝낼 때마다 박수가 터졌다. 뜨거운 호응 속에서도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때때로 박수 대열에서 빠지면서 총선을 앞둔 당내 온도차가 엿보이기도 했다.
야당은 싸늘한 분위기였지만 기본 예우를 갖췄다. 빈자리가 30석 정도에 그쳤고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입장할 때 일어서 박수를 보냈다. 박 대통령이 26분 동안의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도 박수는 치지 않았지만 대부분 일어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박 대통령이 입·퇴장할 때만이 아니라 연설할 때도 몇차례 박수를 쳤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박 대통령이 입장할 때만 박수를 쳤다.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 당시에는 박 대통령이 입·퇴장할 때 민주당(더민주 전신) 의원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난해 시정연설 때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의원들은 '민생우선' '국정교과서 반대'라고 쓴 A4 용지를 본회의장 의석 노트북 모니터에 붙여놓는 시위를 벌였다. 통합진보당은 2013년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 마스크 시위를 했다. 새누리당도 야당이던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 일어서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시정연설 당시 본회의장 맨 앞을 돌며 여야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본회의장에 입장해 의원들과 목례를 나눈 뒤 곧바로 연설대에 올랐다. 옷차림은 깃을 세운 남색 웃옷과 바지 정장 차림으로 2013년 첫 시정연설 당시와 비슷했다. 깃을 세운 웃옷과 바지정장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부터 결단의 순간에 주로 입었던 옷차림이다.
연설을 마친 뒤 박 대통령은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 등 중앙통로 양편으로 선 새누리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 등이 본회의장 문 밖까지 박 대통령을 배웅했다. 친박(박근혜)계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출입문에서 대여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박 대통령을 배웅했지만 시선이 마주치진 않았다.
김 대표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구구절절 너무나 옳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대신 해줬다"고 말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단행한 배경에 대해 보다 솔직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이날 본회의장 방청석에서는 국회를 방문한 스웨덴 국회의원 10여명이 박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참관했다.